힐러리는 거의 24시간 블랙베리를 자기 곁에서 떼어놓지 않습니다. 유세장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도 딸과 블랙베리로 e메일을 주고받으며 주말 손님 초대 식사 메뉴를 시시콜콜 상의하곤 하지요.
최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언론으로부터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이 것 없이 집을 나설 수 없다고 할만한 생활필수품이 있다면 그게 뭐냐는 질문을 받고 그것은 단연 힐러리의 블랙베리라고 대답했다.
블랙베리 폰은 별도의 장치 없이 무선통신이 가능하고 일정관리와 e메일 체크 기능까지 있는 개인휴대 인터넷 단말기.
실제로 유세장에서 힐러리 후보가 틈틈이 손에 든 납작한 단말기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조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오바마 원(1)으로 불리는 유세전용 비행기에서 내려 차에 타자마자 블랙베리를 꺼내 시카고의 선거참모들이 보낸 e메일을 확인하곤 한다. 슈퍼화요일을 앞둔 2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슈퍼볼 격전을 준비중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엇의 쿼터백 톰 브래디와 블랙베리로 e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미국 외교관들 사이에서도 원격 e메일 확인 단말기는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핵 협상 파트너들과 만나는 도중에도 거의 1분 간격으로 주머니 속에서 단말기를 꺼내 뭔가를 계속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때로 심각한 표정을 짓곤 한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도 국무부 주요 인사들의 손에는 예외 없이 블랙베리 폰이 쥐어져 있다며 어느 순간부터 블랙베리가 미국 외교가를 장악한 힘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2003년 북미지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유선인터넷 통신망이 완전 마비됐을 때도 블랙베리 폰은 정상 작동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1년 911 테러 발생 직후엔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블랙베리 폰을 사용해 정부 주요 당국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베리는 현재 전세계 60개국에서 800만 이상의 유료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통신방식의 차이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