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5일 숭례문의 무인경비를 담당했던 KT텔레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2시 15분경 서울 구로구 구로동 KT텔레캅 본사 6층 고객서비스센터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이번 방화와 관련한 KT텔레캅의 늑장 대응 여부와 숭례문 경비업무의 계약 체결 과정과 관련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KT텔레캅은 화재가 발생한 10일 숭례문에 설치된 무인경보기가 울린 지 11분이 지난 오후 8시 58분경 직원들을 현장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KT텔레캅 측으로부터 기계의 정상작동에 대한 관리감독을 실시한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경비 시스템을 규정대로 점검해 왔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KT텔레캅은 숭례문에 적외선감지기 12대와 폐쇄회로(CC)TV 4대를 설치하고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숭례문 무인경비를 맡아 왔다.
경찰은 서울 중구청이 지난달 31일 계약 기간이 한 달 이상 남은 에스원과 경비용역 계약을 해지하고 KT텔레캅과 계약을 체결한 이유도 확인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숭례문 방화현장에서 현장검증을 했다.
회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현장검증을 한 용의자 채모(70) 씨는 나 하나 때문에 (숭례문이) 없어져 버렸으니 기분이 안 좋다면서도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문화재는 복원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채 씨는 페트병 3개 중 1개를 뉘어 시너를 새 나오게 한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방화 장면을 재연했다.
한편 이날도 숭례문에는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계속됐다. 화재 현장에 마련된 분향소 옆 간이 게시판은 국보 1호의 소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글들이 가득했다.
한 초등학생은 삐뚤삐뚤한 글씨로 남대문아 안녕? 난 수빈이라고 해. 너의 몸에 불이 붙었을 때 얼마나 뜨거웠니? 우리가 너의 아픈 몸을 고쳐줄게라고 적어 놓았다. 현장 수습이 본격화되면서 철저한 복원을 염원하는 메시지도 많았다.
임정현 씨는 옷깃이 스치기도 황망한 몸, 그 가슴에 굴착기가 웬일입니까라며 불에 탄 잔해의 신중한 수습을 당부했다.
신광영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