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에 다니는 회사원 김모(38) 씨는 1년 전부터 퇴근 후에 회사 주변 피부관리실에 들러 보습과 미백 관리를 받고 있다. 피부 관리에 쓰는 돈은 한 달에 10만 원 정도. 김 씨는 집사람이 남자도 피부가 좋아야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권해 피부 관리를 받게 됐다면서 요즘은 정기이용권을 사서 1주일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국내 최대 신용카드 회사인 비씨카드와 공동으로 이 카드사 회원들의 신용카드 사용 현황을 지난해와 2005년을 비교해 분석한 결과 20, 30대 남성들의 외모, 패션에 대한 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러 연령대 중에서 50, 60대 여성들의 레저활동 지출비용이 가장 많이 늘었으며 아동복 구입에 쓴 비용도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11개 은행의 공동 브랜드인 비씨카드 회원수는 지난해 말 현재 약 2300만 명으로 2005년 말(1850만 명)에 비해 24.3% 증가했다.
젊은 남자들 외모에 돈 쓴다
지난해 전체 BC카드 회원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2005년과 비교해 42% 늘었다. 하지만 20대 남성의 신용카드 지출은 2년 만에 193%나 늘어 전 성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20대 여성의 지출은 같은 기간 123% 증가했다.
또 지난해 20대 남성이 피부미용실에서 신용카드로 쓴 지출은 2005년보다 153%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여성의 피부미용실 지출은 90%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30대 남성의 피부미용실 카드 사용액은 55억2900만 원으로 30대 여성의 사용액(68억4400만 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20대 남성들이 화장품을 사는 데 쓴 금액도 2005년에 비해 147% 늘어나 여성의 소비 증가율인 101%를 크게 웃돌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화장품 담당인 박정민 브랜드 매니저는 스킨, 로션 뿐 아니라 남성전용 영양크림, 눈가주름 방지크림 등 전문 피부관리 제품을 찾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자신이 직접 매장에 와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남성들도 최근에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팀장은 요즘 젊은 남성들은 과거와 달리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레저 즐기는 중년여성 늘어
주부 이모(59여) 씨는 지난해 여름 1000만 원을 들여 남편과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겨울에는 계모임 친구들과 함께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올 여름에는 역시 친구들과 캄보디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 씨는 50, 60대에서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여행도 많이 다니고 스포츠 활동도 많이 한다면서 시간이 많고 건강도 동년배 남자들보다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과 여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신용카드 사용액에도 반영됐다. 2005년 전체 업종별 신용카드 사용액 순위에서 9위에 그쳤던 레저업종은 2007년 5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중년 여성의 레저관련 소비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50대 남성들이 골프, 수영장 등 레저활동에 쓴 신용카드 금액은 2005년보다 41% 늘어난데 비해 50대 여성의 레저활동 지출은 같은 기간 70%나 늘었다. 60대 여성의 레저활동 지출액도 2년 만에 62% 늘어 같은 기간 27% 증가한 60대 남성의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레저활동 지출은 20대에서만 남성이 여성을 앞섰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들의 소비가 늘면서 남성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최숙희 대홍기획 브랜드마케팅 연구소 부장은 자녀교육 등으로 오랫동안 자기 시간을 갖지 못했던 중년 여성들이 이제는 스스로를 위해 문화 및 레저활동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완견 치료에 쓴 지출도 늘어
2005년에 BC카드 회원들이 동물병원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262억 9200만 원. 그러나 2007년에는 이 금액이 487억 9400만 원으로 2년 만에 86% 증가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나 미혼 남성, 여성이 늘어난 데다 애완동물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수의사회 박성오 수의사는 애완견을 오래 키운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노령 동물이 많아진 것도 동물병원 비용이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애완동물 전문 인터넷 쇼핑몰 모나미펫의 이성규 대리는 노령견() 관련 상품의 판매율이 지난해 전년대비 20% 늘어나는 등 시장에서 노령 동물 관련 상품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곽민영 chance@donga.com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