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한국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유가의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달러당 원화 환율도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어 물가 상승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도 떨어졌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에 해당하는 사람은 올해 2월 현재 162만8000명으로 처음으로 160만 명을 넘어서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또 기업체 입사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자도 2월 현재 60만7000명으로 처음으로 60만 명을 돌파했다.
2월 현재 실업자 81만9000명에 그냥 쉬는 사람과 취업 준비자를 합한 사실상 백수가 305만4000명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작년 2월의 297만1000명에 비해 8만3000명(2.8%) 증가한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업체들의 연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2만3371채로 기존 최고치인 11만6433채(1998년 7월 외환위기 당시)를 넘어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크게 늘고 주택 수요가 비교적 많은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급증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제유가는 달러화 가치 하락의 여파로 장중 한때 처음으로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12일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 종가에 비해 1.17달러(1.1%) 오른 배럴당 109.92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WTI 선물은 이날 장중 한때 110.20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여기다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국내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1.10원 급등한 982.40원에 마감됐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2006년 3월 13일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980원대로 상승했다.
원-엔 환율도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날보다 100엔당 37.20원 폭등한 980.40원으로 올라 2005년 2월 7일(983.40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100엔당 980원대로 진입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 급등과 전날 미국 뉴욕증시 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가도 급락해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43.21포인트(2.60%) 떨어진 1,615.62, 코스닥지수는 9.48포인트(1.50%) 떨어진 621.81에 마감했다.
이태훈 신치영 jefflee@donga.com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