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와 미국-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부시 대통령은 7일 의회에 미-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뒤 가능한 한 빨리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비준동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새로운 과오와 혼란을 더 추가하는 일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미-콜롬비아 FTA는 진작부터 한미 FTA의 앞 차()로 여겨져 왔다. 부시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는 지난해 6월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 한국 등 4개 FTA 중 페루와 콜롬비아를 먼저 논의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페루 FTA는 지난해 12월 통과됐다.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의 부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8월 2일부터 1개월간 여름휴가에 들어가고 9월 26일부터 다시 대통령선거 지원을 위해 휴회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
물론 현재 행정부와 민주당이 논의하고 있는 무역조정지원제도(TAA무역자유화로 피해를 본 노동자를 지원하는 제도) 개정이 타결될 경우 미-콜롬비아 FTA 비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부와 의회가 콜롬비아와의 FTA 처리를 둘러싸고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한미 FTA 역시 앞 차에 막혀 기약 없이 표류하게 될 수 있다.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 의회 지도부에 한미 FTA 처리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지만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한국 국회의 인준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선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콜롬비아 의회는 FTA를 이미 통과시켰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