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꾸려 했지만, 자기 자신은 바꾸지 않았다. 끝내 콤플렉스의 멍에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것이 인간 노무현의 한계다.
원로 정치학자인 김호진(사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2일 자신의 저서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에 대통령 노무현 항목을 추가해 새로 펴낸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을 실패한 국가경영자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통합민주당의 모태가 된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올해 초 당 쇄신위원장을 지냈다.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심한 콤플렉스가 감성적 배타성을 띠면서 정권 자체가 집단 콤플렉스 증후군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콤플렉스는 도덕적 우월의식과 이념적 집착이 더해지면서 동굴의 우상에 사로잡혀 여론을 무시했고, 국정 운영이 외곬으로 치달았다. 때로는 역사가 부관참시됐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가난 콤플렉스가 그를 성취욕과 권력의지에 불타는 인간형으로 만들었다. 승부사적 우월감이 그를 오만과 독선의 올가미에 가뒀고, 탄핵의 수모로 심리적 내상을 입으면서 탄핵 콤플렉스가 덧붙여졌다.
김 교수는 탄핵 콤플렉스의 한 증세로 통치권을 유린당한 수모감을 이기지 못해 걸핏하면 자제력을 잃고 흥분하는 일을 꼽았다. 그는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개혁과 파괴를 혼동했기 때문에 실험실습의 오류를 면치 못했다며 새로운 가치 창조보다 기득권과 과거를 부수는 일에 국정에너지를 낭비하고 말았다고 했다. 또 준비 안 된 386세대를 앞세웠고, 이념적 편집증과 독선에 따른 시대정신 상실이 정권 실패의 화근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의 권위 탈피 노력은 속이거나 감추는 것 없이 벌거벗는 알몸전략으로 이해했다. 막말까지 해가며 자신의 속물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낸 촌놈 취향이 노무현 리더십의 실체다. 이는 권위주의에 염증을 느낀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벌거벗은 여체가 신비성을 잃듯 그의 알몸전략은 아쉽게도 리더십의 격을 잃고 말았다. 이런 지도자에게 요설은 자해의 부메랑이 됐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