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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보다 일자리 유럽이 다시 뛴다

Posted May. 24, 20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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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지역의 실업률이 2006년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여파로 지난해 4분기부터 경제성장이 둔화됐는데도 실업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지난 10년간의 노동개혁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 확충보다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둔 유럽 각국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여기다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산업 비중 확대도 한몫했다.

23일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유로화 가입 15개국의 올 1분기 실업률은 7.1%로, 유로화 출범(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 국제경제 여건이 더 안 좋아졌지만 지난해 실업률 7.4%보다 0.3%포인트 떨어진 것.

반면 취업자 수는 1억3777만 명으로 2006년보다 264만 명이 늘었다. 유로지역의 신규 취업자 수는 2005년 236만 명 2006년 255만 명 2007년 264만 명으로 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스페인은 2007년 한 해 동안 신규 취업자가 각각 78만 명, 61만 명으로, 같은 기간 유로지역 신규 취업자 수의 52.7%를 차지했다. 유럽 각국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국정과제가 됐지만 해결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은행은 유로지역 실업률 하락 원인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국내 정책당국도 시사점을 찾기 위해 원인 분석에 나섰다.

KOTRA 구주지역본부 조일규 차장은 현지에서는 EU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복지모델 개편 및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2005년 발표한 신 리스본 전략에 따라 대대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높은 실업수당과 사회보장세를 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일하는 대신 실업수당을 택했던 사람들이 일터로 나왔고, 이에 따라 고용비용이 줄면서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것.

유로지역의 노동비용 대비 소득세 및 사회보장세 비율은 2000년 44.7%에서 2006년 43.2%로 줄었고,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도 2001년 35.0%에서 2005년 32.9%로 내렸다.

노동계에서도 임금 인상 대신 고용 안정을 택하는 양보 교섭이 뿌리내리고 있다. 2006년 독일 폴크스바겐 노동조합이 7년간 고용보장을 약속받고 임금을 9% 내리기로 사측과 합의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3대 경영자단체와 5대 노동단체가 이달 중순 직업훈련과 보상금 등을 대가로 근로자 채용과 해고를 쉽게 만드는 노동시장 유연•안정화 안에 잠정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강성 노조를 대표하던 독일 자동차노조도 최근에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에만 주력하는 한국 노조와는 접근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취업유발효과가 큰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것도 주효했다. 이에 따라 유로지역에서 서비스산업의 고용비중은 2000년 65.9%에서 2005년 67.7%로 확대됐다. 스페인은 주력 산업인 관광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꾸준히 늘면서 2000년 이후 매년 5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업의 비중은 13%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김정운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민간에 의해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도록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환경 개선 등의 규제완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을 집행해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기업 활동을 막고 있는 규제를 풀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곽민영 박용 havefun@donga.com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