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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미국무, 부시행정부 외교안보정책 8년 소회

라이스 미국무, 부시행정부 외교안보정책 8년 소회

Posted June. 10, 200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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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때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2기 때는 국무장관으로 미국 외교안보 정책을 진두지휘해 온 콘돌리자 라이스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7, 8월호에 공화당의 외교안보 정책을 되돌아보는 글을 게재했다.

미국의 국익을 다시 생각한다(Rethinking the National Interest)라는 제목의 이 글은 이 잡지 2000년 1, 2월호에 썼던 미국의 국익 증진 방안(Promoting the National Interest)의 속편 격이다.

8년 전 부시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외교안보 정책 참모이자 스탠퍼드대 교수 신분으로 썼던 전편이 집권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포부로 가득했다면 이번 글은 사면초가()에 빠진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변론서 같기도 하다.

다시 생각해 본 미국의 국익=미국의 국익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대한 라이스 장관의 답변은 민주주의 국가 건설(democratic state building).

라이스 장관은 미국이 강대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약소국의 평화적인 정치경제적 발전을 증진시킬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8년간 미국 외교안보 정책이 이룬 가장 큰 진전은 외국에 대한 지원을 더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초당적 공감대 확보였다고 자평했다.

라이스 장관은 민주주의 국가 건설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미국의 국가안보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존중될 때 가장 공고히 지켜질 수 있다며 민주주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치주의를 미국의 5대 가치로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주의의 확산은 결코 외부로부터 강제될 수 없으며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해당 국가 스스로 민주주의 원리를 터득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강건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한 대목. 라이스 장관은 중동 국가들을 예로 들며 미국의 역할은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8년 전에 말했던 미국의 국익=이 같은 라이스 장관의 태도는 8년 전 부시 행정부 출범 전에 자신이 그렸던 외교안보 정책 비전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라이스 장관은 강력한 군사력 유지를 통한 국력의 투사(projection)를 새로운 미국 외교정책의 제1명제로 내걸고 북한 이란 이라크와 같은 불량국가(rogue states)의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만든 사담 후세인의 정적들을 지원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그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도 그들이 WMD를 획득한 뒤 그것을 사용하려 할 경우 국가 자체가 소멸될 수 있는 응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의 에너지를 러시아와 중국 등 강대국과의 포괄적인 관계에 집중해야 하며, 미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확산하는 짐을 나눠 지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왜 달라졌나?=라이스 장관의 변화는 무엇보다 미국이 우방국들의 지원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일방주의의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도 (8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국가들 간의 역학관계와 국가들 간에 벌어지는 힘의 배분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제는 각국이 자국 영토 안에서는 물론이고 국경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안보에도 사활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약소국이 민주국가로 발전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은 미국의 지상과제라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우방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은 중동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과거 60년간 공화, 민주 양당의 정책은 중동의 안정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권위주의 정권을 묵과해 왔다며 현재 중동에서 추진하는 미국의 정책이 큰 소동을 일으키는 듯 보이지만 과거 후세인의 학정에 시달리던 이라크를 방치하는 것이 현재보다 더 나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