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B OUT. 촛불시위 구호 속의 2MB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자다. 그런데 이 약자는 컴퓨터 프로세스에서 엄청나게 느린 속도를 의미하는 2메가바이트(megabyte)란 뜻이기도 하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촛불시위에 대한 대통령의 형편없는 판단력을 메모리 용량에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2MB는 좌파단체가 만든 조어()가 아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2MB가 국민여러분께 약속하다는 홍보동영상을 만들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인터넷 감각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 뼈의 최후통첩이란 제목의 패러디 동영상이 대히트를 쳤다. 영화 본 얼터메이텀을 패러디한 이 영상물은 요즘 누리꾼이 인터넷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쇠고기로 몰아가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동영상의 기발함과 통렬함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아고라에서 이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해 일주일 만에 130만 명의 서명을 받아낸 장본인은 한 고등학생이었다.
인터넷의 위력에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이 대통령 자신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제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개막식에서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뼈아픈 경험에서 우러난 말처럼 들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한 여론정치에 능했던 데 비해 이 대통령은 인터넷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청와대가 비서진 개편을 하면서 인터넷담당 비서관을 둔다고 한다. 다음 부사장을 지낸 오픈IPTV 사장 김철균 씨가 내정됐다는 소식이다. 촛불시위 배후조사 방침을 밝혔다가 누리꾼들의 공격에 홈페이지가 다운됐던 경찰청도 온라인 여론 동향과 정보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정보분석 전담팀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뒤늦게라도 인터넷의 중요성을 알았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것이 있다. 인터넷도 소통의 한 통로일 뿐이므로 지나친 의존이나 규제 모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움직이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