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던 날 1980년대 대학가 시위현장에서 단골로 울려 퍼지던 농민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이 노래는 원래 운동권 가요가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상지대 총장이 서울 농대 다니던 1960년대 초 작사한 일종의 농촌활동 동아리 단가()였다. 김 총장의 농민 프렌들리는 예전부터 유별났다.
장관 시절 전봉준과 농민들의 100년 숙원이라는 수세() 완전 폐지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에게 그는 굴욕적인 한중() 마늘협상(2000년)의 원인 제공자로 알려져 있다. 그로서는 그게 한()이 됐고, 마늘협상을 담당했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대해서도 응어리가 많았던 것 같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서 다시 마늘 협상 때의 일을 꺼내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마늘 협상 당시 통상교섭본부 지역통상국장이었던 김종훈 본부장이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하자 김 총장은 인터넷 매체 인터뷰를 통해 김 본부장이 엉터리 협의를 하고 국민을 속인다 통상 보복 운운하는 것은 대국민 협박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참다못한 김 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 전 장관이 긴급관세를 강력하게 요구해 중국산 마늘에 315%의 관세를 매겼다가 통상 보복을 받았다. 누구보다 통상 보복의 성격을 잘 아시는 분이 그럴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외교부 통상파트에 대한 김 총장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장관을 지내고 대학 총장까지 맡고 있는 지성()이 미국 내에 인간광우병 환자가 65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그는 미국 예일대와 피츠버그대가 치매환자로 죽은 사람의 부검을 해보니까 513%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미국에 현재 450만명의 치매 환자가 있으니까 이 비율을 적용하면 그렇게 추정된다는 얘기라고 했다. 어떤 자료를 보고 그렇게 주장하는 것인지 공개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세 명이었지만 모두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주했던 사람이었다.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