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차기 미대통령의 동북아 정책

Posted June. 26, 2008 03:06   

中文

한국은 동북아 지역 내에서 미국의 국익을 신장하는 데 있어 중추적(pivotal) 국가입니다. 차기 미국 행정부에 한국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갈 것입니다.

마이클 그린(사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미국이 역내에 공고히 뿌리를 내리고,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좀 더 자신 있게 대처하는 한편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방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기본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동북아 지역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어느 나라인가.

중국 문제가 미국 대외관계의 주요한 초점이 되겠지만 아시아 정책에서 중요한 나라는 역시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이다. 특히 전통적 우방인 한국의 태도는 급부상하는 중국이나 미해결 과제인 북한의 핵 확산 위협 등을 고려할 때 미국에 대단히 중요하다.

매케인 후보의 동북아 정책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어떻게 다른가.

매케인 후보는 자유무역을 지지한다. 매케인 후보는 앞으로 아시아 시장이 통합되고 역내 국가 간 무역관계가 활발해질 때 미국이 이 지역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진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다. 그 점에서 매케인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향후 새로운 아시아 관계를 규정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매케인 후보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주창한 신뢰하지만 검증해야 한다(trust but verify)는 원칙을 계승하고 있다. 그 역시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유인책만 제공하는 현재의 협상 방식에는 반대한다. 현재의 방식은 검증이 결여돼 있고 동맹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될 텐데.

한 편의 정치적 쇼다. 냉각탑 폭파는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상징하는 한 장면은 될 수 있지만 불능화와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라는 2단계 조치를 완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냉각탑은 언제든 다시 건설할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일 뿐이다.

신고가 이뤄지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의 조치가 취해질 텐데.

매케인 후보는 플루토늄으로 국한된 신고의 범위는 물론 북한의 신고가 성실하지 않을 경우 따르게 될 결과에 대해 경고하지 못한 점을 불만족스러워 한다. 현재의 상황은 2단계를 끝내고 3단계로 가는 것을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본다.

6자회담이 향후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로 발전해 갈 가능성은.

매케인 후보가 직접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좋은 아이디어라는 공감대는 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가 충분히 진행되기 전에 고위급 관료들 간의 만남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북한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 대한 견해는.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2012년 이양이라는 합의를 존중하되 안보상황의 변화와 전쟁 수행능력을 고려해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바마 후보는 이라크에서 철군한 뒤 남는 외교적 여력을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다. 기계적인 철군은 중동 지역에 힘의 진공상태를 야기할 것이고 미국의 대외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낳을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도 에너지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내년에 출범할 새로운 미국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가 진행해 온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과 관련한 논의 내용을 꼼꼼히 점검한 뒤 향후 한미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리처드 부시(사진)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실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서 최대의 실책은 한국 정부와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다만 부시 실장은 인터뷰에 앞서 동북아지역 연구자로서 개인의 생각일 뿐 오바마 후보의 공식적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추진해 온 주한미군 감축, 전략적 유연성 등 동맹관계 재조정 방향에 동의하는가.

동맹의 재조정과 관련한 우리 생각을 한국 정부와 충분히 협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가지고 있다. 때때로 구체적인 정책 추진은 물론이고 그 준비 과정에 대해 동의를 구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논의를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전시작전권 이양은 한국이 먼저 제의한 것이지만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제안을 처리한 방식도 사려 깊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양국의 국익에 비춰 충분히 논의했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미국 행정부가 동북아에서 직면할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

여전히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핵무기를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 재처리한 플루토늄의 양을 성실하게 신고하고 검증받을 용의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미국이 가진 의구심은 여전히 많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동북아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나라는.

동맹국이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지 여전히 의문인 중국 역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나치 독일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탓에 큰 재앙을 맞았다.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비준이 어려워 보이는데.

의회에서 일한 경험에 비춰 볼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는 행정부가 FTA 체결과 관련해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미국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의 자동차업계가 이번 FTA 협상으로 만족할 만큼 한국 시장을 열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한국 대중에게 퍼져 있는 만큼 그 문제 역시 적절히 해소돼야 한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양국 정치권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FTA가 올해 비준되지 않을 경우 동맹관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한미동맹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환경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한국 국민이 미국에 대해 좀 더 높은 신뢰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로운 동북아 정책의 출발점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새로운 행정부가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동아시아의 경우 유럽이나 중동, 남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도 정책이 전면적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