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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이 진실을 죽였다.

Posted October. 03, 200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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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배우로 불릴 정도로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대스타.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 확산되는 악성 댓글(악플) 앞에선 그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탤런트 최진실(40) 씨가 최근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통한 근거 없는 소문 유포와 사이버 테러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 씨의 사인이 자살인 것이 확실시되면서 경찰과 유족 등은 최근 인터넷상에서 퍼진 괴담과 수많은 악플이 최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결정적인 요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년 전 이혼 후부터 가벼운 우울증 증세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온 최 씨는 지난달 자살한 탤런트 안재환 씨와 관련된 사채 괴담 때문에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메신저와 e메일을 통해 유포된 이 괴담은 최 씨가 안 씨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준 후 이를 갚지 않는 안씨를 죽이겠다고 협박해 안 씨를 자살로 내몰았다는 내용이다.

일부 누리꾼(네티즌)들은 이 괴담을 믿고 진실이 니 이름이 진실이면 내 이름은 거짓이야 등의 악플을 달아 최 씨를 비난했다.

경찰은 2일 밤늦게 술에 취한 채 집에 돌아온 최 씨가 가족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침실로 들어갔다는 진술을 근거로 이 같은 괴담과 악플이 자살의 주요 동기가 됐을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최 씨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미니홈피에는 누리꾼 수십만명이 찾아 자살소식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또 악플러들이 (최 씨를) 죽인 것 같다, 괴소문 퍼뜨린 사람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며 괴담을 유포한 장본인과 악플러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의 자살을) 축하한다, 하늘나라에선 사채놀이 하지마세요라는 글도 올라와 많은 누리꾼들을 경악하게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도 악플을 남길 수 있냐며 악플러를 색출하는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최 씨 관련 기사의 댓글을 차단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악플 등 온라인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가해자가 누군지 알 수 없어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하게 돼 그 피해가 오프라인 범죄보다 훨씬 심각하고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찰은 검시 결과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타살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김기현 신광영 kimkihy@donga.com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