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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찌라시

Posted October. 08, 20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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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변호사 미하엘 셸레는 거짓소문 때문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소문, 나를 파괴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악성루머, 흑색선전,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으로 명예훼손, 기업파산, 자살, 살인에 이르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셸레는 추측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주장들이 편견이나 소망, 두려움, 질투 같은 공격적인 감정과 버무려지면 소문이 자란다고 말한다.

소문이 많기로는 증권시장만한 곳도 없다. 정보가 곧 돈이다 보니 찌라시로 불리는 사설 정보지들이 판을 친다. 전현직 공무원, 정보기관 관계자, 증권사 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정보 교환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찌라시가 지금은 거의 기업화 됐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작성 업체 4, 5개가 성업 중인데 종류만 10여 종에 이른다. 예전엔 서로 돌려가며 봤는데 지금은 1부당 30만50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찌라시엔 주로 청와대와 정치권, 재벌기업, 연예인 등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가십성 뉴스들이 실린다. 최진실 씨의 사채설 루머나, 가수 나훈아 씨를 둘러싼 괴소문의 진원지도 찌라시라고 한다. 공식적인 정보망 밖에서 흘러 다니는 괴담들은 대중의 왜곡된 욕구나 억눌린 기대의 반영이기 쉽지만 그 폐해는 엄청나다. 어느 여가수는 문란한 사생활로 병에 걸렸다는 한 줄의 찌라시 내용 때문에 광고계약을 취소당했다. 한 연예인은 낳지도 않은 자식의 어머니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음해하는데 찌라시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

찌라시를 비롯한 헛소문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공식 부인, 소송, 위자료 청구 등이 있지만 정신과의사들은 침묵을 먼저 권한다. 말()이 말()을 낳으므로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와호장룡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의 인기여배우 장쯔이는 자서전에서 인기를 얻을 때마다 각종 헛소문이 나돌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믿었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남에게 욕먹을 짓은 안했다는 도덕적 자신감이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엔 소문도 제풀에 지쳐 사그라지고 말더라는 얘기다. 장쯔이처럼 우리 연예인들도 마음 굳게 먹고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악의적인 소문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