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곳간 여는 한은, 2조 풀어 키코 피해 중기 지원 나설듯

곳간 여는 한은, 2조 풀어 키코 피해 중기 지원 나설듯

Posted October. 23, 2008 09:46   

中文

2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두고 금통위가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어떤 보따리를 풀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시중은행, 기업은 거의 매일 한국은행 측에 곳간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번 회의에서 통화옵션파생상품 키코(KIKO)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지원을 위해 총액한도대출을 2조 원 정도 늘리는 식의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이달 9일 기준 금리를 내린 뒤에도 시중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은행채 매입과 추가 금리 인하 등의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당국과 은행권이 요구하는 은행채 매입은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이 커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통안증권 7000억 환매해 돈 풀어

금통위는 키코 피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현재 6조5000억 원에서 8조5000억 원으로 2조 원가량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2001년 10월 이후 7년 만이다. 이를 통해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한 맞춤식 지원에 나선다는 것.

한은은 또 환매조건부채권(RP) 국채 통화안정증권의 매입을 통해 시중에 원화 자금을 풍부하게 공급한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다. 당장 23일 오전 200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통화안정증권 7000억 원어치를 중도 환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은이 이미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은행권으로 돈이 쉽사리 흐르지 않고 있다. 한은이 이달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0일부터 지속적으로 올라 6.15%까지 상승했다. 2001년 1월 19일(6.16%) 이후 7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대출금리 상승이 고민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대목은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를 한은이 사 달라는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 한국은행과 은행채 매입이나 (담보대출) 금리 인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이 21일 서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문제는 금리를 내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 은행 수신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채와 CD의 금리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어 조달 비용을 낮추기 어렵다. 은행권이 최근 한국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RP 대상 증권에 국채 외에도 은행채를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금리가 떨어질 수 있고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5조 원의 은행채 차환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RP 거래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한은을 압박했다. 그는 또 그럴 경우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산 확대 경쟁을 하는 것은 막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 논란

한은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금융위기 대응 비상계획에 은행채 매입 방안이 포함돼 있지만 지금 그 카드를 꺼낼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한은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CD를 사주기로 한 것은 뱅크 런(은행 예금인출사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며 국내 은행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비용이 높은 금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은행채를 사주는 극약처방을 내리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의 불신을 키우고 시중은행이 사실상 돈을 찍어내는 역할을 갖게 돼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은행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서민과 기업의 대출금리 부담이 상승하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과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당장 은행채 매입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