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력 저하현상이 심각한 일본은 지난해 전국학력고사를 40여 년 만에 부활했다. 일부 반대가 있었으나 일본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교사 학생 모두가 자극을 받자며 단호한 자세로 맞섰다. 지방자치단체 별로 성적을 집계해 본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평균 소득이 최하위권인 시골 아키타 현()이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을 좌우한다는 환경론은 교육학에서 상식으로 굳어져 있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지역 학생들이 공부를 가장 잘하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아키타 현은 올해도 초등학교 6학년 학력이 전국 1위, 중학교 3학년이 전국 2위를 차지해 공부 잘하는 지역의 명성을 이어갔다. 1997년부터 교육을 지역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최적의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힘을 쏟은 덕분이다. 아키타 현 학생들은 집에서 복습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전국 평균 복습률이 40.1%인데 74.5%나 된다. 그 뒤에는 책임감 있는 교사와 아키타 현 당국이 있다. 교사들은 낙오자가 없도록 가정학습까지 철저히 관리한다.
한국 농촌에서는 자녀가 중고교에 진학할 때쯤이며 아이들은 물론 부모까지 주저 없이 고향을 떠난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탓이다. 아키타 현처럼 전국 학력 1위의 지방을 만드는 것은 이를 막고 지방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아키타 현이 교육 최우선 정책을 편 것은 그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전국적인 학력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어느 지역이 교육을 잘하는지 알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으나 서열화 운운하는 일부의 반대에 막혀 있다. 이래서는 교육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지방은 계속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아키타 현을 보면 교육은 정말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교육은 후천적이거나 외적인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한 인생의 반전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한국 교육은 과거 이런 역할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했으나 언제부터인가 평둔화()와 무사안일의 긴 겨울잠에 빠져 있다. 그러면서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다. 지자체가 교육에 열의를 가져야 이런 왜곡된 풍토를 바꿀 수 있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