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4일 세종캐피탈이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벌인 세종증권 매각 로비를 도운 뒤 세종캐피탈로부터 29억63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수감됐다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것은 노 씨가 처음이다. 노 씨는 이날 오후 7시 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에 따르면 노 씨는 2005년 2월6월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정화삼(구속) 씨와 동생 정광용(구속) 씨로부터 홍기옥(구속) 세종캐피탈 대표를 소개받은 뒤 홍 대표로부터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노 씨는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한 뒤인 2006년 2월27일 홍 대표로부터 정 씨 형제를 통해 29억6300만 원이 입금된 홍 씨 명의의 통장과 도장을 건네받은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노 씨는 정 씨 형제가 홍 대표로부터 돈을 건네받을 때에는 통장을 본 적도 없었지만,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여러 차례 이 돈의 일부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 7월 노 씨의 측근 이모 씨(사망)가 30억 원 중 일부가 유입된 경남 김해 사행성 오락실을 개장하는 데 관여했으며, 이 씨 명의 통장에 오락실 수익금 3억4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이 노 씨 몫으로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노 씨가 2004년 3월 자신 소유인 정원토건의 자금 수억 원을 빼내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의 주식 100여만 주를 차명으로 매입한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해 기소 때 혐의를 추가할 계획이다.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노 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브리핑을 통해 정원토건과 관련해 횡령 배임 탈세 등 추가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와 심문 결과를 종합해 보면 노 씨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사안의 중대성이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노 씨가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 주식투자를 한 의혹을 사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개설한 차명계좌들을 S증권 김해 지점에서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동안 세종증권 주식 투자로 거둔 차익이 178억 원이라고 밝혀왔다.
전지성 최우열 verso@donga.com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