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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본회의장 점거 민주당, 갈 데까지 가보라

[사설] 국회 본회의장 점거 민주당, 갈 데까지 가보라

Posted December. 27, 200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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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이상 국회를 마비시켜온 민주당이 어제 본회의장마저 점거해버렸다. 국회의장의 쟁점법안 직권상정과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상 국회를 전면 마비시키는 불법 폭거다. 이제 한나라당이 한발 물러서 상정할 법안 수를 줄이고 그 내용을 완화한다손 치더라도 물리적 충돌 없이는 그마저도 처리가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은 대표와 원내대표가 번갈아가며 예고방송하듯 연말까지 100여개 쟁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25일이 민주당과의 대화 시한()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효과적인 정치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 사이 민주당은 본회의장 점거를 치밀하게 준비했고, 군사작전하듯 실행에 옮겼다. 한나라당은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민주당의 의도는 뻔하다. 한나라당이 경위권()을 발동해 출입문을 도끼로 부수고 자신들을 강제로 끌어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처리 때 재미를 본 여론의 역풍이 다시 불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당시 방송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신발도 벗겨진 채 끌려 나가는 모습과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고, 애국가를 부르고, 무릎을 꿇은 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 등을 생생하게 전해 민심을 자극했다. 노사모를 비롯한 친노()단체들은 탄핵 규탄 집회로 탄핵 역풍을 부채질했다. 한 달 뒤, 열린우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인 152석을 얻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경제위기로 국가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민주당이 깔고 앉은 법안들 중에는 경제를 살리고 피폐해진 민생을 보듬을 긴급법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본회의장 점거 같은 구태() 정치로 민생을 더 어지럽히는가. 민주당이 의사당 점거를 풀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민생을 모두 죽인 정당으로 두고두고 응징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현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의 단독 처리에 나서는 것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키울 우려가 높다. 그 의도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작전에 말려들 수도 있다. 지금의 국회는 민의의 전당도, 입법기관도 아니다. 소수가 떼쓰고 점거해버리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국회라면 차라리 민주당에 넘겨버리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대화의 문을 열어놓되 민주당 의원들이 제 발로 본회의장을 걸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때까지 경제와 민생을 살릴 수 있는 법안들을 좀더 꼼꼼히 손질하고 국민 설득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2년차 구상을 보다 치밀하게 다듬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인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위국위민()의 책임의식을 져버린 채 오로지 극한투쟁을 야당의 존재 이유로 착각하고 있는 민주당의 버릇을 고쳐주려면 그 수밖에 없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