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맞아 세계 각국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물 밑에서는 긴박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도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 것들을 선점하려는 경쟁이다. 일본 기업들이 엔고()를 호기로 삼아 세계의 우량기업들을 싼 값에 사들인다든지, 세계의 공장으로 원자재 확보가 절실한 중국이 석유 광물 등 해외자원을 매점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교육 개혁에 더욱 고삐를 죄는 것도 그중 하나다. 교육만큼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새해 벽두에 대대적인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12년 계획으로 8개 분야에 걸쳐 교육을 선진화하겠다는 것이다. 1960년대 문화혁명 때 대학이 파괴되는 등 국가교육의 기반이 붕괴됐던 중국이 교육 재건()에 쏟는 정성은 남다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입학률이 98%와 97%로 상승했고 고급인력 양성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교육에 관한 한 기존 관념을 버리라고 다그치고 있다. 앞으로 중국 교사들은 능력급제의 적용을 받는다. 학교경영을 잘못하면 책임도 져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교육에선 어느 선진국보다 시장주의적이다. 원자바오 총리도 교육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한 21세기 교육을 올해부터 본격 도입한다. 미국 학생들이 국제 학력평가에서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이 유지되는 것은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독특한 교육 덕분이다. 21세기 교육은 이런 장점을 한층 더 살리겠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일자리와 성장은 교실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도 오바마에게 낙후된 교육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터널 밖의 일을 생각하고 대비하는 이들 국가에 비해 한국은 이미 생명이 다한 듯한 평준화를 놓고 샅바싸움으로 날을 지새운다. 이대로 가면 글로벌 교육전쟁에서 승패는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