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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신행정부, FTA 재협상 꺼내 한미신뢰 흔들 건가

[사설] 미국 신행정부, FTA 재협상 꺼내 한미신뢰 흔들 건가

Posted January. 15, 20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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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그는 그 이유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FTA에 대해 반대했고, 계속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힐러리는 한국이 협상을 다시 할 뜻을 갖고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고 우리 정부는 재협상 불가를 거듭 확인했지만 미 새 행정부의 희망사항은 우리에겐 압박이 될 것이다.

자동차 노조의 지지를 받는 미국 민주당의 한미FTA 헐뜯기는 갑작스런 일이 아니다. 오바마는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 전인 작년 5월 한미FTA를 결함이 많은 협정이며 특히 자동차부문이 불공정하다고 몰아세웠다. 대선 기간 내내 한국 등 외국 자동차 탓에 미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은 듯 문제를 삼았다. 최근 미국 최대 노조인 전국노동자총연맹-산업별노동조합(AFL-CIO)은 한미FTA의 자동차 관련 조항의 재협상과 한국의 노동관행 개선 없이는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말 것을 새 행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그렇지만 오바마 정부는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의 주요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연비가 낮은 대형차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노조원과 그 가족에게까지 지원된 복지비용에 회사 재정이 악화된 것은 왜 감추려 드는가. 자동차 수입이 개방된 한국에서 미국 차의 판매 부진은 성능과 디자인 등 품질경쟁력이 일본이나 유럽 차에 뒤진 탓임은 왜 외면하는가.

한미FTA는 정치 안보 경제를 포함한 한미 동맹관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스스로 경쟁력을 잃은 자국 자동차 산업을 후원하느라 한미 신뢰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미국 새 정부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한 것은 6개월 전, 짧게 잡아도 3개월 전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작년 10월에도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FTA 자동차 부문의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부는 국회가 미국 의회에 앞서 선제적으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것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이른 시일 내 협의 처리라는 막연한 결론을 내고 이를 미뤄놓았다. 국회의 직무유기가 협정 상대국의 재협상 압박을 불러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