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오후 7시 반경 경기 안산의 한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신용카드로 현금 70만 원을 꺼내갔다. 이 카드는 이날 오후 실종돼 29일째 소식이 없는 경기 군포 여대생 A 씨의 것이었다. 경찰은 은행 폐쇄회로(CC)TV를 통해 여대생 납치 용의자의 범행 상황을 확인했지만, 얼굴을 식별할 수 없어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얼굴을 가린 범죄 용의자가 현금지급기에서 피해자의 예금을 인출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 인식 현금자동인출기(ATM)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현금지급기는 모니터 위의 외장형 카메라로 이용자의 얼굴을 촬영한 뒤 눈과 코, 입 등 윤곽선이 명확히 드러날 때에만 거래를 할 수 있다.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쓰거나 모자를 눌러 써 얼굴을 식별할 수 없으면 현금 지급 절차가 자동 중단된다.
경찰은 16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범죄 예방 대책회의를 열고 얼굴인식 ATM을 은행 창구에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은 전면 도입이 어려우면 사고다발지역부터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얼굴인식 ATM은 2005년 한 시중은행에서 2주간 시범운영 됐다가 흐지부지됐다. 범죄로 돈이 인출돼도 은행은 보험으로 보상받기 때문에 설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광영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