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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철현 대사의 휴가

Posted February. 21, 200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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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현 주일대사가 어제 부산 사상구 S교회 장로로 취임했다. 그는 1995년부터 이 교회를 다녔으며 집사, 안수집사 과정을 거쳐 작년 장로고시를 통과해 그동안 피택장로(임시장로)로 있어 왔다. 그는 이 행사를 위해 휴가를 내고 17일 귀국했다. 장로 취임은 기독교 신자인 개인으로서는 엄청난 영예일 수 있다. 그러나 특명전권대사로서 외국에 나가 있는 몸으로 당장 활동하지도 못할 직을 맡은 것이나, 장로 취임식을 이유로 임지를 비운 것 때문에 구설에 오르고 있다.

권 대사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귀국 후 지역 유력 인사들과 만나고 저녁식사도 했다고 한다. 지역의 K초등학교 행사에도 참석했다. 장로 취임식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전현직 국회의원과 부산지역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했고, 이 의원은 축사까지 했다. 이 때문에 장로 취임식보다는 장래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가 진짜 목적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사상구에서 15,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권 대사는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래서 주일대사 임명 때 공천 탈락에 대한 보은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일본 쓰쿠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 전 부의장과 함께 한일의원연맹에서 오래 활동해 일본과의 인연은 깊은 편이다. 권 대사는 작년 11월 말에도 비공식적으로 일시 귀국해 청와대 인사 등을 만난 일 때문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일로 한때 입각설, 정계 복귀설, 주일대사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번 귀국도 내년 부산시장 선거나 2012년 총선을 겨냥한 지역기반 다지기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주일대사는 일본의 위상이나 한일 관계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자리다. 더구나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북한 문제 때문에 어느 때보다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절실한 시기다. 이럴 때 주재국 대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자리를 비웠으니 그것만으로도 비난을 받을 만하다. 권 대사는 정치인의 길과 주일대사의 길에 양다리를 걸쳐놓을 생각 말고 어느 한 쪽을 확실하게 선택하는 게 옳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