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내일은 내가 비, 원더걸스

Posted February. 28, 2009 04:43   

中文

무대 위에서 내려다본 객석은 깜깜했다. 500여 명의 관객 뒤에 앉아있는 심사위원 4명의 눈빛만 또랑또랑 빛났다. 관객들의 박수가 끝나자 인기그룹 바이브의 Promise U의 간주가 흘러나왔다. 보름 동안 1000번 가까이 연습했던 곡이었다.

4인 남성보컬그룹으로 오디션에 출전한 김선웅 군(18)은 손에 있던 마이크를 꽉 쥐었다. 오른쪽에 있던 멤버의 노래를 이어받아 클라이맥스를 불러야 할 순간이었다.

환한 미소로 내게 다가왔던 그대는 어디에 나 또한 어디에.

김 군은 평소 연습했던 대로 천천히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멤버들이 옆구리를 건드리기 전까지 김 군은 마이크가 고장이 난 것도 모른 채 노래를 불렀다.

여기저기 탄식소리가 들렸다. 김 군은 눈앞이 캄캄했다. 앞서 무대에 섰던 꼬마 원더걸스팀 동생들이 대기실에 오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던 장면이 오버랩 됐다.

김 군은 애써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새 마이크를 받았다. 2절은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대기실로 걸어가는 동안 참았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국내 대표적 연예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공채 4기 연습생 오디션 결선에 오르기까지 김 군은 7000 대 1의 경쟁을 뚫었다. 비와 원더걸스를 배출한 JYP의 연습생이 되기 위해 전국에서 2만여 명이 이 오디션에 응시했다. 1월 한 달 동안 전국 6개 권역에서 진행된 지역 예선에서 33명이 선발됐다.

이들 결선 진출자들은 노래와 춤, 연기 부문 등 10개팀으로 나뉘어 2주간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흘린 땀을 평가받는 자리가 26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최종 오디션 무대였다.

이날 오후 9시경 마지막 참가팀의 댄스 공연이 끝나자 오디션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심사위원단이 최종 합격자 3명을 추리기 위한 토의에 들어갔기 때문. 그동안 참가자 33명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와 가족들을 맞았다.

김 군은 오른쪽 끝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사회자에게 심사 결과가 담긴 카드가 전달됐을 때도 김 군은 자포자기한 듯 팀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 3등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참가번호 21번 김선웅!

김 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7000 대 1의 바늘구멍을 뚫고 꿈에 그리던 JYP의 연습생이 된 것이다.

오디션 연습생을 향한 꿈

강원 태백시, 경남 양산시 등 전국 곳곳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부터 24세 청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지방 출신 참가자들은 인근 친척집이나 여관에 머물며 연습을 했다. 한 댄스팀 참가자의 어머니는 손수 공연 복장을 디자인해 올 만큼 가족들의 지원 경쟁도 치열했다.

비평준화 지역의 명문인 경기 안산의 고잔고 3학년인 김 군은 오디션 준비 기간에도 공부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고 했다. 0교시를 마치고 조퇴확인을 받은 뒤 서울의 연습실을 오가며 오디션을 준비했다.

마지막 연습이 있었던 24일 아침 김 군은 교복 차림으로 지하철 한양대앞역으로 가던 길이었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김 군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영어듣기 테이프를 들으며 단어를 외웠다. 다음 날 0교시 때 치를 듣기 시험을 위해서였다.

수학 교사인 김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가수를 꿈꾸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김 군은 공부와 노래를 둘 다 열심히 해 상위권 대학의 실용음악과에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김 군은 오후 6시 연습이 끝나면 안산에 있는 실용음악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11시까지 홀로 연습을 계속했다.

재능과 열정을 선발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JYP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 줄지어 선 오빠 부대는 비 2PM 등 현직 스타들의 팬들만 있는 건 아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JYP 연습생의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들고 연습 응원을 나온 팬들.

스타 지망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연예인이 되기 위한 관문에 불과한 연예기획사 연습생은 단순한 연습생이 아니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모집 경쟁률이 수천 대 1을 훌쩍 넘기면서 최근에는 연예고시생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들 연예고시생들의 온라인 카페 별을 꿈꾸는 아이들은 회원이 8만2000여 명으로, 자체 오디션을 열 정도로 성황이다. 또 방송연예 관련 학과가 전국 136개 대학에 개설되어 있고 한 해 배출되는 졸업생만 1만400여 명에 이른다.



신광영 남윤서 neo@donga.com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