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및 동유럽 발() 악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거듭 강타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3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600원에 육박했다가 급락하고, 코스피가 1,000선을 넘나드는 등 심하게 요동쳤다. 코스피는 전날 세계 증시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개입으로 인한 환율 하락과 기관의 매수에 힘입어 소폭 상승세로 반전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증시와 외환시장의 선방은 기관과 정부가 떠받친 개입 장세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가와 환율의 새로운 균형점이 어느 선에서 형성될 지는 좀더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롤러코스터 장세에 정부 개입
이날 코스피는 전날 뉴욕 증시가 6,800선을 내주면서 4.24% 급락한 영향으로 개장과 동시에 지수 1,000이 붕괴된 채 거래를 시작했다. 여기에 환율마저 장중 1600원에 가까워지자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주가는 오전 한 때 992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오후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관들의 저가 매수세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특히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환율 상승세가 제한되면서 증시는 반등세로 돌아섰다. 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6.76포인트(0.66%) 오른 1,025.57로 장을 마쳤다.
환율은 이날 1590.00원으로 개장한 뒤 1594.00원까지 치솟았으나 외환당국이 달러화를 매도하면서 전날보다 17.90원 떨어진 1552.40원으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틀간 외환당국이 15억 달러를 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은 불안하게 보면 불안한 것이고 의연하게 보면 괜찮다며 환율은 흐름이라는 것이 있으니 한 방향으로만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환율 하락에 일조했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기관이 주식을 많이 팔아치웠고 주식형펀드로 도 자금이 들어와 매수 여력이 커진 상황에서 환율마저 하락하자 달러베이스로 봤을 때 저평가된 국내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곳곳에 여전히 악재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1.05%)과 일본(-0.69%) 증시가 이날 하락한 가운데 유독 국내 증시만 상승한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만기 도래, 동유럽발 금융위기의 악화, 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 등 악재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미국 금융회사들이 16일부터 발표하는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면 국내 증시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환율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일단 상승세가 멈췄지만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언제든지 다시 불안에 빠질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미국발 악재와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악화, 은행들의 자본 취약성 문제가 겹쳐 국내 금융시장은 출렁이는 양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정세진 이지연 mint4a@donga.com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