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완성차업체를 5개사에서 3개사 내외로 줄여 육성하기로 했다. 또 울산과 충남 서산시 대산, 전남 여수 등 3개 산업단지에 흩어진 석유화학 품목을 사업교환을 통해 단지별로 특화시키기로 산업구조조정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가 단독 입수한 주요 업종별 구조조정 방향 대외비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보고서는 산업정책을 관장하는 지식경제부가 올 1월 작성했으며 내용 중 일부는 이미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지원을 통해 자동차 생산대수 기준으로 세계 5위인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을 4위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품목의 사업교환은 기업간 자율 형식으로 유도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자동차와 석유화학을 포함해 조선 철강 시멘트 일반기계 섬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10대 품목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과 청사진을 담고 있다.
정부는 산업적 측면과 재무적 측면을 종합해 특정산업의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기본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이때 지경부는 전체 산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기관은 개별 기업의 재무적인 측면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특정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여부는 채권단이 최종 결정하지만 지경부가 작성한 이 보고서가 산업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제시한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이 보고서에 기초해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 때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에 대한 위기대응 기본전략을 발표했다. 또 신동아(3월호)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보고서의 존재를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3개 내외의 완성차를 육성해 세계 자동차 생산의 1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2007년 현재 한국의 점유율은 5.5%.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 5사 사이 사업 구조가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이를 3개 혹은 4개로 육성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품목별로 전문화하기 위해 석유화학단지별로 자율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케이스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PS)을 제조하는 기업은 울산단지에 3개, 여수단지에 2개가 있는데 이를 각 단지별로 1개 기업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는 구조조정의 대원칙으로 시장자율 존중과 선제적 구조조정을 꼽았다. 부실기업이 시장자율에 의해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 및 한계기업은 신속히 퇴출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선제적 구조조정의 세부원칙으로는 글로벌 핵심역량 강화 업계 자구노력 병행 적절한 경쟁 유지 등 3개 항목을 정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