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경수로 건설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대미 협상용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자력으로 경수로를 건설할 경제적 기술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자체적으로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할 능력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 경수로 부품을 사와 운영하는 것도 여러 면에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우선 경수로 건설에는 첨단 과학기술이 필요한데 북한의 기술 수준은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한국 정도만 경수로 건설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전 교수는 전했다.
경수로 발전소를 독자적으로 만들 수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부품을 사와야 하는데 이 역시 어렵다. 우선 북한은 돈이 없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신포에 건설 예정이던 경수로 2기의 비용은 약 50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 최대 비용인 5억 달러의 10배나 되는 거액이다. 2009년 북한 예산인 34억5000만 달러(1달러=북한 돈 140원 적용)보다도 15억 달러나 많다. 또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핵 확산 우려가 있는 북한에 경수로 건설 기술과 자재를 수출할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향후 북-미 양자 협상이 이뤄질 경우 경수로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주체적인 핵 동력 공업구조 완비를 포기하는 대가로 경수로 건설 지원 혹은 한국의 전력 송전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