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 폭력을 행사했던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회원들에 대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경찰은 비폭력 시위에서 폭력 시위로 변질한 것은 이들 아고라 회원이 사전에 폭력시위를 선동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5월 2일 시작된 촛불시위가 같은달 24일부터 폭력 시위로 변질된 과정에서 아고라 누리꾼들이 폭력 시위 선동을 모의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주도한 810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엔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ID 단군후손, ID 권태로운창 등 유명 누리꾼들이 포함됐다. 경찰은 인터넷 조회수를 조작하고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자신의 글을 올린 누리꾼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쇠고기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22일 서울 동작구의 모처에서 만나 문화제 형식으로는 안 된다며 연단 점거 계획을 세우는 등 24일부터 폭력 시위를 벌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에 동의한 아고라 회원 200여 명에게 청와대로 갑시다 등 구호를 외쳐 다수의 집회 참가자들을 선동하도록 하고 쇠파이프 등 시위 도구를 준비하도록 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명박척살, 매국노척살 등 구호와 함께 정권 퇴진을 기치로 폭력 시위를 선동하면서도 시위 현장에서는 폭력 행위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
또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널리 퍼뜨리고 베스트 글로 만들어 호응을 얻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개의 ID를 사용하고 회원들로 하여금 추천하도록 하고 다른 게시판에 글을 퍼나르는 등 여론을 조작해왔다.
그동안 경찰은 유명 누리꾼들의 폭력시위 선동 글이 실제로 시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인터넷상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등을 놓고 고심해왔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1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채증사진, 인터넷 게시물 자료 등 증거자료를 보완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