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내놓은 투자촉진 방안은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계획을 가진 기업의 빠른 투자를 유도하고 연구개발(R&D)투자 촉진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세제()와 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 3대 정책수단을 총동원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 기업환경 개선대책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투자 위축이 더욱 심화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하반기엔 재정이 바닥나면서 정부가 상반기처럼 실탄을 쏟을 수 없는 만큼 기업의 투자를 경기회복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언제까지나 재정의 힘으로 경기침체를 막고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는 없다. 이제는 정말 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을 때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금 깎아주고
이번 대책의 핵심은 R&D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이다. R&D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미래에 한국경제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원천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 비율은 투자액의 36%(중소기업은 25%)에서 내년에는 25%(중소기업은 35%)로 48배 높아진다. 1조 원을 투자할 경우 2500억3500억 원을 세액공제 형태로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응용기술과 그린수송시스템, 신재생에너지 등 정부가 지정한 17개 신성장동력에 대한 R&D 세액공제 비율도 36%에서 20%(중소기업은 30%)로 올라간다. 재정부는 이런 세제 지원을 내년부터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2012년에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말로 끝날 예정이었던 R&D 설비투자 세액공제 R&D 관련 출연금 등 과세특례 기업 부설연구소용 부동산 지방세 면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등도 2012년까지 일괄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할 예정이었지만 투자와 관련된 혜택만큼은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금 지원하고
정부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국민연금 등이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5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눈에 띈다. 설비투자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에 산은과 기은이 5조 원을 패키지로 추가로 대출할 예정이어서 총 10조 원의 투자자금이 마련되는 셈이다. 정부는 펀드 규모를 이르면 내년까지 20조 원으로 확대하고 패키지 대출도 20조 원으로 늘려 모두 40조 원의 투자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직접적인 재정 투자도 확대된다. 올해 12조3000억 원 수준의 R&D 예산을 2013년 18조4000억 원으로 늘려 연평균 10.5%씩 증액할 계획이다. 민간의 자발적인 R&D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설정한 과학기술 관련 목표를 달성한 이들을 대상으로 R&D 사후보상제도 내년부터 실시된다.
규제 풀어주고
그동안 경제단체가 완화해줄 것을 호소했던 각종 규제도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춤형 개선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석탄을 가스로 변환시키는 합성천연가스 플랜트, 도시광산으로 불리는 폐금속자원 재활용업 등 10개 부문의 사업 과정에서 투자를 가로막았던 규제를 동시에 풀어가기로 했다. 이 중에는 하이닉스반도체 투자 확대의 걸림돌이었던 상수원 인근 지역의 각종 입지 규제를 사전 제한 방식에서 총량제 및 배출규제 방식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면서 재계의 숙원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법제화하는 작업도 시작된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헐값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권리를 부여해 상대방이 매수를 단념하도록 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이다.
차지완 최창봉 cha@donga.com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