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복수의 권력구조 개편방안을 포함한 개헌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어제 발표했다. 이원()정부제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무총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국회에서 선출되는 총리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치안 경제정책 국방 등 행정에 대한 최고책임자 역할을 담당하고, 대통령은 군통수권과 해외파병 및 조약비준 제청권, 국회(하원) 해산 제청권, 법률안 제출권 및 법규명령 제정제청권, 내각구성권 등을 행사한다. 4년 중임 정부통령제의 경우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하고, 예산편성권 등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자문위는 또 국회의 민주성 효율성을 위해 상하원 양원제와 상시국회제 도입을 제안하고 감사원의 직무감찰, 회계검사 기능 가운데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토록 했다. 하나하나가 국가운영과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개헌 논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7월17일 제헌절 경축사에서 공식 제안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다.
1987년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장기집권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평화적 정권교체 경험이 쌓인 지금은 선진국가 비전 추구를 위한 헌법 업그레이드를 생각해볼만한 때다. 그러나 당장 여야가 국리민복() 국태민안()을 위해 열린 자세로 미래지향적 개헌 논의를 할 만큼 성숙된 자세를 갖고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지금 국회에는 헌법과 국회법조차 무시하고 폭력으로 의사일정을 중단시키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헌법연구자문위는 정략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는 2010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개헌절차를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회에 개헌특위 같은 기구를 설치해 개헌을 주도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현재 개헌논의는 대통령이 뒤에서 진두지휘하고 국회의장이 추진하며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밀어붙이는 형국이라며 개헌 공론화 배경에 의구심부터 표시했다. 한나라당이 개헌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10월 재보궐선거 및 내년 지방선거의 국면전환을 위한 것 아니냐는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한편으로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2005년 노 대통령과 약속한 18대 국회에서의 개헌에 대해선 한나라당 핑계를 대며 비켜가려 한다.
18대 국회가 정파간의 기본적 신뢰조차 회복하지 못해 진정한 국민대표기관으로 거듭나는데 실패한다면 다른 어떤 입법보다도 복잡한 개헌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