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초조함 감지 원칙대응 자신감

최근 북한이 한편으로 유화적 조치를 취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라늄 농축 핵프로그램 진전을 주장하는 등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매우 유동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한승주 한미협회 회장 등 외교안보자문단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북핵 문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북한 정세가 유동적이라는 이 대통령의 언급에는 몇 가지 함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북한이 남측에 유화적인 태도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북한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 전에 금강산 관광 등을 재개하고자 고위급 회담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300달러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유보하고 예년 수준인 5% 인상을 제의하고 나선 것도 그만큼 경제적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2012년 강성대국을 완성하겠다고 밝힌 북한 지도부는 시간적으로도 쫓기고 있다.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및 3남 김정운으로의 권력이양 문제, 온건파와 강경파의 혼재 등으로 북한 권력 핵심부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우리 정부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북한의 당초 기대와 달리 찰떡 공조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 인식 아래 서두르지 않고 유연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북한 문제를 잘 다뤄나가면 역사적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지금은 남북관계에 있어 중대한 전환기이자 격동기라며 2030년 뒤에 되돌아보더라도 그때 참 잘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협상 단계 때마다 보상을 해주고 상황이 나빠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 그런 장사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 포기만 결심하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그랜드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