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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의 집시법 헌법불합치 결정, 현실과 거리 있다

[사설] 헌재의 집시법 헌법불합치 결정, 현실과 거리 있다

Posted September. 25, 200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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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옥외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와 제23조 1호에 대해 어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지난 1994년 같은 취지의 집시법 조항에 대해 내린 합헌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헌재는 1994년 야간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집회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필수불가결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야간이란 특수성과 옥외집회의 속성상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높은 개연성이 있고 형법 또한 야간의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헌재 결정이 나온 배경이 된 집회시회 문화가 15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헌재 재판관들은 집시법 10조가 집회의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논리와 야간옥외집회를 특별히 금지하지 않는 선진국의 입법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100일 이상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밤마다 벌어진 촛불사태는 야간옥외집회가 공공의 안녕 질서와 헌법적 가치인 다수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촛불사태로 인한 국가적 개인적 손실은 무려 3조70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헌재는 선진국의 입법례를 원용()했지만 우리의 시위문화가 선진국에 비교하기는 아직 멀었다. 경찰 저지선(폴리스라인)만 넘어도 현역 의원까지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나라와 시위대가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버스를 불태우는 데도 경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나라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헌재는 문제의 법 조항을 내년 6월 30일까지만 적용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헌재 결정이 야간옥외집회를 무조건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집시법의 목적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번 불합치결정에 따른 집시법 개정에서 야간옥외집회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폭력이 우려되는 야간 집회에 대해서는 현재 주간 집회와 마찬가지로 엄격히 규제될 수밖에 없다. 현행법의 효력이 내년 6월까지 유지되는 만큼 촛불시위와 관련해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재판은 신속히 재개돼야 할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사회의 안녕을 해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