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는 결선 투표에서 2248표 차이로 중도실용 개혁 노선을 주창한 이경훈 후보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노조위원장)에 선출했다. 강경노선 후보가 패배한 것은 기존 노조의 상습 파업과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노총의 정치투쟁에 조합원들이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모처럼 노사 상생()의 새 노동운동을 펼칠 수 있는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투쟁보다 안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투쟁 대신에 안정을 공약한 중도노선 후보가 당선된 것은 1994년 이후 15년 만이다. 새 노조 집행부는 만성적인 파업병()부터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87년 설립 첫해 20여 일간 파업한 이후 22년 동안 1994년 한해만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1991년 말 35일간 파업해 휴업조치가 내려졌다. 1993년에는 임단협 문제로 35일 동안 파업하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노조 설립 이후 파업으로 110만9281대의 자동차 생산 손실이 발생했고 손실액은 11조4654억원에 이른다.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심각한 파업병을 방치하는 한 현대차가 세계적 회사로 자리 매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례없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노조가 과욕을 부리는 자동차회사는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퇴직자와 그 가족들의 의료비까지 고집하다 파산한 미국의 GM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 노조는 한때 GM 노조보다 강성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반면 무분규 노조를 자랑하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선 뒤에도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현대차가 선전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원화가치 상승과 미국 빅3를 비롯한 일부 대형 메이커들이 부진함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 크다. 어느 모로 보다 현대차가 경쟁 우위를 확고하게 다졌다고 볼 수는 없다.
현대차 노조는 시대착오적인 투쟁을 강요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노총과의 관계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 이 위원장은 현장을 무시하는 잘못된 금속노조를 확 바꿔서 스스로 고용을 지켜내고 우리 몸에 딱 맞는 한국적 금속 산별 노조로 탈바꿈시키라는 주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과잉과 그들만을 위한 강성 투쟁에 사로잡혀 국민적 외면과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는 민노총의 낡은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개혁이다. 합리적인 노선의 새 집행부가 노동운동의 새 길을 열어 가리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