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중부 미국령 사모아 섬 주변 해역에서 지난달 29일 강력한 지진에 이은 지진해일(쓰나미)로 최소 88명이 숨졌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쓰나미로 한국인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오전 6시 48분 사모아 섬 서남쪽 190km지점 수심 3500m의 해저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20분 뒤 거대한 쓰나미가 미국령 사모아에 들이닥쳤다. 비슷한 시각 진앙에서 204km, 미국령 사모아에서 100km 떨어진 사모아에도 쓰나미가 도착했다.
이날 쓰나미로 현재까지 미국령 사모아에서 19명, 사모아에서 63명, 통가에서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희생자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는 미국령 사모아에 높이 1.5m의 쓰나미가 들이닥쳤다고 밝혔지만 목격자들은 높이 최대 4m의 쓰나미가 해안에서 내륙으로 1.6km 지점까지 밀려왔다고 말했다. 미국령 사모아의 사망 실종자 중에는 한국인 3명도 포함됐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확인 결과 현지 원양어선협회장인 이인생 씨(62)와 신미자 씨(여46)가 숨지고 신 씨의 딸 우가비 양(9)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령 사모아에는 한국 교민 234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한국인 체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권택용 미국령 사모아 한인회장(48)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지에서 식당, 세탁소 등을 하면서 체류하는 한국인은 300명이 넘는다며 이 씨도 매일 오전 4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식당문을 열던 부지런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씨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조만간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당초 그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운영하는 식당을 오래 비울 수 없다며 부인 김영란 씨를 먼저 서울에 보냈다. 한국에서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김 씨는 혼절했다고 가족 측이 밝혔다.
주성하 유덕영 zsh75@donga.com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