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이후 북한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신아시아정책의 대강을 밝히면서 미국은 파트너들과 보조를 맞춰 북한에 다른 미래(a different future)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포괄적인 북핵 문제 접근법인 그랜드 바겐의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누릴 수 있는 다른 미래의 비전을 몇 가지 열거했다. 고립 대신 세계로 통합된 미래 북한 주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갖는 미래 고조되는 불안 대신 안전보장과 존중을 받는 미래가 바로 그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존중은 호전적인 태도로는 얻을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는 국제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북한이 선택해야 할 길도 오바마 대통령은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포함한 기존 약속(919공동성명)을 지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면 주변국과의 관계 정상화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강력하고 효과적인 핵 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밝혀둔다며 핵우산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위협당하지 않을 것이며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출생부터 유년기 시절에 걸친 아시아와의 인연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적극적인 아시아 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중국을 더는 대립관계가 아닌 협력의 동반자로 규정하고 부강한 중국은 세계 발전의 원천이라고 역설했다. 한편으로는 일본 한국 등 전통적 우방과의 동맹과 경제적 유대 강화를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체코에서 지구촌 비핵화 비전, 이집트에서 이슬람과의 화해, 러시아에서 미-러 관계의 새 출발, 가나에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각각 제시했다. 이번 연설에서도 주제는 달랐지만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각국이 상응하는 책임과 노력을 해야 한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았다.
김영식 윤종구 spear@donga.com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