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이 임박했지만 올해도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예산에 발목이 잡혀 시한을 넘길 전망이다. 헌법 제 54조는 국회가 새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못 박았다. 그러나 어제까지 상임위원회 대부분이 예비심사조차 마치지 못해 7년 연속 헌법을 위반하게 될 것 같다. 여야 정파가 극한 대립하면서 예산안을 볼모로 잡기 위한 핑계거리가 매년 새로 생겨나는 모양새다.
27일 밤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예산 22조원과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수해방지대책 관련 예산 24조원, 87조원을 비교했다. 물론 4대강 예산과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수해대책 예산은 사업내용과 기간이 각기 달라 맞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역대 정부에서도 하천 정비는 계속해오던 것이고, 영산강을 살리는 사업이 필요한 것처럼 낙동강 한강 금강 살리기도 필요하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거나 결사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도 국가백년대계에 대한 성찰보다는 정파간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접접()이 보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직접 설득도 야당의 극한투쟁 자세, 지역적 균열을 뛰어넘지 못했다. 야당은 끝까지 반대투쟁을 벌여 충청민심을 챙기겠다는 계산이고, 여당도 체계적인 대응을 못하고 내부 의견마저도 통일돼 있지 못하다.
세종시와 4대강을 둘러싼 정쟁에 매몰된 국회는 예산안과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국회에는 정부가 제출한 266개 법안이 대기 중이다. 경제위기 해소와 서민층 중산층을 지원하는 법안 등 민생 법안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한다. 시간이 갈수록 예산안과 각종 법안들이 부실 처리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시한을 못 박은 헌법을 그저 장식품처럼 인식하는 태도를 보면 대한민국 국회는 무법() 상태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정기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예산안 심사라는 말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이러다가 12월말쯤 간신히 합의를 이뤄 심의도 제대로 못하고 하루 이틀 만에 예산안을 뚝딱 처리하거나, 야당이 악을 쓰는 가운데 여당이 단독 처리하는 풍경이 재현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7년째 나아지는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