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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가짜를 알아야 진품이 보인다

Posted December. 09, 20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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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글씨, 흥선대원군 묵란()의 절반은 가짜다.

고미술시장에서 떠도는 얘기다. 그만큼 가짜가 많다는 말이다. 최근엔 중국에서 만든 가짜가 흘러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가짜 때문에 고미술시장이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짜 문화재의 전모를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고미술협회가 1530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1, 2, 4층 전시장에서 개최하는 2009 한국고미술대전-진짜와 가짜의 세계. 진짜 800여 점과 가짜 20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열린 가짜 문화재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가짜 문화재 관련 사진자료도 공개하고 2830일엔 무료감정 행사도 마련한다.

그림 도자기 공예품 등 가짜 200여 점은 개인 소장자들이 출품한 것.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은 소장품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출품을 꺼리는 소장자가 많았다. 이들을 설득하느라 애먹었다고 전했다.

컴퓨터 이용한 그림 위조도

가짜 문화재 제작 수법은 손으로 직접 만드는 방식부터 컴퓨터 등을 이용하는 방식까지 다양하다. 날이 갈수록 정교해져 문화재 전문가들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짜 그림을 만드는 대표적 수법으로는 베끼기(모사), 앞장 뒷장 떼기, 낙관 바꿔치기 등이 있다. 베끼기는 말 그대로 특정 작품을 한지에 똑같이 모사하는 것. 가짜 제작자들의 그림 솜씨는 수준급이어서 똑같이 모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림을 베끼고 나면 낙관(작가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가짜 제작자들은 원작에 찍혀 있는 낙관을 사진으로 찍은 뒤 그 모양 그대로 동판으로 떠 가짜 그림에 찍는다. 가짜 제작자들은 중국에서 수백 년 전 종이를 구입하기도 한다.

앞장 뒷장 떼기는 그림이 그려진 한지를 물에 불려 정교하게 두 장으로 분리한 뒤 한 작품을 두 개로 만드는 수법이다. 옛 사람들이 사용했던 전통 안료는 물에 닿아도 번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그림의 색채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조선시대 유명 화가의 제자들이 스승의 작품을 모방해 연습용으로 그린 작품에 유명 화가의 도장을 찍어 진짜처럼 유통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소치 허련의 가짜 그림이 이 같은 경우다.

안과 밖 다른 가짜도자기 까지

가짜 도자기를 만드는 수법은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 요즘 만든 도자기의 표면을 닳게 해 옛날 것으로 보이게 하거나 순백자 표면에 무늬를 그려 넣어 값을 올리는 경우는 고전적인 방식. 최근엔 안과 밖이 다른 가짜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청자상감동자무늬 대접이 이에 해당한다. 청자에 상감 기법의 동자무늬가 들어가 있으면 값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이 같은 가짜를 만드는 것이다.

이 가짜 대접의 제작순서는 이렇다. 치과용 드릴을 이용해 진짜 청자 대접 안쪽을 갈아 낸다. 진품과 똑같은 가짜를 만들어 안쪽에 동자무늬를 상감한다. 새로 만든 가짜의 바깥면을 치과용 드릴로 갈아낸다. 가짜를 진짜의 안쪽에 포갠다. 포개는 과정에서 빈 공간이 생기면 여기에 신문지 등을 넣어 채운다. 김 회장은 이렇게 만든 가짜는 수리하는 과정이 아니고서는 가짜임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속 공예품의 경우 주물용 거푸집을 이용해 가짜를 만든 뒤 화학약품 물통에 담가 표면을 부식시켜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처럼 꾸미는 수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