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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매각 무산때 은행권이 공동관리

대우건설 매각 무산때 은행권이 공동관리

Posted December. 14, 20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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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추진 중인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할 것에 대비해 은행권이 금호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가운데 절반가량을 사들여 은행 공동관리로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우건설 매각 실패로 금호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 금호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대우건설은 2003년 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지 6년 만에 다시 사실상의 워크아웃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채권은행 여신 책임자들은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에서 회의를 열어 대우건설 매각 무산 시 공동 대응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데 이어 최근 대우건설 지분 인수조건을 담은 풋백옵션 해소방안을 마련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대우건설 매각에 주력해야 하지만 매각이 무산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여기에 대비한 카드도 준비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문제로 금호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 금호에 18조 원을 빌려준 채권단도 함께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금호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32.5%)의 절반 이상을 낮은 가격대로 넘겨받는 대신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해 매물로 나오는 주식(39.6%)을 주당 1만30001만4000원에 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 예정대로 행사되면 금호그룹이 2조5000억 원 안팎의 손실을 입어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의 자본이 잠식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은 풋백옵션이 행사된 주식을 약속한 가격보다 싸게 사들이는 대신에 새로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추가로 지급하고 나중에 대우건설 주가가 더 오를 때 차액을 돌려주면 당초 금호그룹이 약속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보전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지금의 금호산업에서 채권단으로 바뀐다. 금호는 대우건설 주식의 상당수를 채권단에 넘김에 따라 적지 않은 투자손실을 보지만 풋백옵션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아직 재무적 투자자들이 이런 방안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대우건설 매각이 불발에 그칠 때 금호그룹, 채권단, 투자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달 23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이들이 약정한 금액을 반드시 투자할 것임을 증명하는 투자확약서 제출을 미루는 등 매각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투자자들에게 이달 15일로 예정된 풋백옵션 행사시기를 1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투자자들이 연장 조건으로 담보를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홍수용 김현지 legman@donga.com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