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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과 통폐합

Posted December. 31, 20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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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방만한 학과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대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중앙대 서울캠퍼스에는 교양학부 공공인재학부 등 학부가 13개나 있다. 서울캠퍼스의 미디어공연영상대학은 단과대학인데도 신문방송학부와 연극영화학부 등 2개 학부만을 거느리고 있다. 안성캠퍼스는 더 하다. 예술 분야에만 예술대학 음악대학 국악대학 등 3개의 단과대학이 존재한다. 학과도 마찬가지여서 문과대학에는 다른 대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청소년학과 민속학과 교양학과가 소속돼 있다.

중앙대가 18개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 학과(학부)를 40개로 줄이는 한국 대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학부 학과 구조조정을 한다. 법대와 미디어공연영상대학은 사회과학대에 편입되며, 예술대 음악대 국악대는 예술대학으로 통폐합된다. 생활과학대는 사회과학대와 자연과학대, 예술대 등으로 분리 흡수된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이후 중앙대는 올해 2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3월 교수연봉제를 도입한 데 이어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과대와 학과 통폐합에 나선 것이다.

한국 대학에서 학과는 한번 생겼다하면 절대 죽지 않는 불사조다. 교수와 재학생, 동문이 똘똘 뭉쳐 온갖 학문적 이론을 끌어다대며 영역 지키기에 매달린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대학교수도 내 전공은 안 되니 다른 전공을 없애라가 주된 요구사항이다. 학과 구조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1957년 생겨난 서울대 외교학과가 정치학과와 합쳐지는 데 53년이 걸린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구조조정안을 두고 박용성 이사장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일각에서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마저 시장논리로 재단해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줄이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학이 무슨 취업사관학교냐는 비판도 들린다. 그러나 대학도 사회와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섬이 아니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고 문이과 학문이 융합되는 요즘 시대에 교수의 밥그릇을 채우기 위해 후학을 낡은 전공의 틀에 가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중앙대의 실험을 전국 대학들이 지켜보고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