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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헌법률 방치해 국민 기본권 침해하는 국회

[사설] 위헌법률 방치해 국민 기본권 침해하는 국회

Posted January. 04, 20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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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 출마 시 5억 원을 기탁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2007년 3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만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조항은 2008년 11월 각각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이들 조항의 효력시한을 작년 12월 31일까지로 정했으나 시한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해당 조항은 사문화됐다. 작년 말로 효력을 상실한 헌법불합치 법조항은 모두 5개이고, 이를 비롯해 그동안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으나 아직 미개정 상태에 있는 법조항이 12개나 된다.

작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올해 6월 말까지가 시한이라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개정이 지연되면서 일선 재판부에서 같은 행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헌법불합치는 사실상 위헌에 해당하지만 곧바로 효력을 정지시킬 경우 초래될 혼란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효력을 존속시키는 것이다. 정해진 시한 내에 관련 법조항을 바로잡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위헌 결정으로 곧바로 효력이 상실됐는데도 아직 후속 입법이 안 된 법조항도 15개에 이른다. 불고지죄 피의자 등에 대한 구속기간을 일반 형사사건 피의자보다 20일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국가보안법 조항은 1992년 위헌 결정을 받았으나 여태 그대로 있다. 헌재가 2007년 이후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과 함께 법인도 처벌토록 한 양벌규정에 대해 잇따라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도로법을 비롯한 일부 법조항이 아직 개정되지 않아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기도 한다.

위헌 조항이든 헌법불합치 조항이든 제때 시정하지 않으면 법적 사회적 혼란과 함께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받게 된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이를 간과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또한 최고법률인 헌법과 최고의 헌법해석기관인 헌재를 경시하는 태도다. 18대 국회 들어 작년 말까지 법률안을 포함해 국회에 접수된 의안은 모두 7340건으로 이중 2736건만 처리되고 나머지 4604건은 미처리 상태로 계류 중이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등의 결정을 받은 법조항 개정안도 상당수 이에 포함돼 있다.

18대 국회의 의안 처리 성적표로 보면 거의 최악이다.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국민과 민생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만을 위한 정치놀음을 하고 있음을 위헌 법조항 방치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