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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일성 생일

Posted April. 15, 20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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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늘 거대한 잔치판으로 변한다. 16년 전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98회 생일을 축하하는 각종 행사가 북한 전역에서 이어진다. 태양절로 불리는 김 주석의 생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온갖 축하행사가 이미 시작돼 오늘 평양에서 열리는 경축 보고대회로 절정에 이른다. 7, 8일의 명절 요리축전, 11일 시작된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13일 개막된 김일성화() 축전. 이 세상 어디에도 달리 없는, 죽은 사람을 위한 거국적 생일잔치다.

김일성의 생일은 1962년에 처음으로 공휴일이 됐다. 북한 당국은 5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가 6년 뒤 이른바 명절 공휴일로 격상했다. 60회 생일인 1972년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탄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기념할 데 대하여라는 중앙인민위원회 결정을 통해 북한 최대 명절로 높였다. 김 주석 사후에도 변함없이 명절로 유지되다 1997년부터 중앙위 결정으로 태양절이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은 태양절을 기다렸다. 이틀을 쉬는데다 국가와 직장에서 주는 선물이 쏠쏠했다. 보통 가구별로 육류 0.51kg, 두부 1kg, 술 한 병이 배급됐다. 12세 이하 어린이는 옥수수와 밀가루로 만든 과자와 사탕 1kg을 선물로 받았다. 값비싼 외제 자동차를 선물로 받기도 하는 당 간부와 고위 관리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태양절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북한이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지난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말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고 기와집에 살게 해 주겠다던 김 주석의 유훈을 실천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도 산 사람 입에도 넣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가 힘겨운데 나라에서는 축전이요, 전시회요 하면서 헛돈만 쓴다는 불평이 새나온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호사스런 불꽃놀이까지 했다. 45분 동안 강성대국의 불보라라는 제목의 불꽃놀이를 하기 위해 10억 원 이상을 썼다. 올해는 북한 당국이 행사를 줄이는 대신 2400만 주민들에게 돼지고기 몇 점이라도 더 돌리길 기대해보지만 역시 떠벌리기 행사가 주류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