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선정한 작년 고용시장 10대 뉴스 중 첫 번째는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두 번째는 청년인턴이었다. 일자리 나누기는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장관들의 역점사업이다. 이 대통령은 작년 1, 2월 비상경제대책회의 때마다 고통분담 차원의 잡 셰어링을 강조했다. 정부는 공기업과 금융기관에 지나치게 높은 대졸초임을 깎아 마련한 재원으로 추가 채용을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일자리 나누기는 빛깔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본보가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실과 함께 246개 공공기관을 점검해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대졸초임은 426% 내렸지만 대졸 신입사원 채용은 전체의 39%인 95곳, 1906명에 불과했다. 전체의 61%인 151곳은 대졸초임을 깎고도 아예 채용을 하지 않았다. 신입사원들은 반 강제로 고통을 분담했는데 여유재원은 약속대로 고용 확대로 들어가지 않고 사업비 등으로 쓰였다. 공기업과 정부가 합작해 취업 희망자들을 속인 것이다.
일부 대학생들은 애초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임시방편으로 될까 또는 인턴만 늘어날 것이라며 불신을 표시했다. 나쁜 예측은 다 맞았다. 이 대통령이 일자리 해법으로 청년인턴을 강조한 뒤 공기업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고 인턴 붐이 불었다. 작년 942개 상장기업은 전년에 비해 신입사원 채용을 6% 줄였지만 인턴채용(211개사)은 무려 191% 늘렸다. 기업들은 올해도 인턴을 작년보다 약간 늘려 뽑을 계획이다. 인턴은 6개월 내지 1년 동안 일을 배우다 그만두는 일자리다. 결국 기업이 대졸초임을 깎아 만든 재원으로 임시직 같은 일자리만 대거 만들어낸 셈이다.
작년 기획재정부는 297개 공기업의 대졸초임 삭감으로 인턴 등 1000개가량의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행정안전부는 97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의 잡 셰어링으로 3만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공급할 것처럼 국민의 기대를 잔뜩 부풀려놓은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를 우리 사회가 가져가야할 시대정신으로 이끌어가자고 외쳤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슨 변명이라도 해보기 바란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