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비 210만 원을 현금으로 내고 15만 원 할인받으면 신용카드 결제를 하고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것보다 이익인가요? 차량 구입 때 현금 계산하면 얼마나 할인이 되나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마다 이런 질문들이 널려 있다. 친절한 답글이 올라온다. 님의 연봉을 감안하면 현금 내고 할인 받는 게 이익입니다. 탈세에 대한 우려도 보인다. 할인 폭이 크지 않으면 자영업자 탈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카드결제를 하시죠. 결국 현금계산 할인은 탈세를 조장해 충실한 납세자의 부담을 늘려주는 결과를 낳는다.
소득을 줄이는 자영업자와 각개전투를 벌이는 국세청은 1999년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해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2005년 도입한 현금영수증 제도도 계속 강화해 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건당 30만 원 이상의 현금거래 시 소비자의 요청이 없어도 반드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소비자는 지출의 약 55%를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계산하고 약 15%를 현금영수증 거래로 한다. 국세청의 소비자 지출 포착률은 70%에 이른다.
현금 계산 시 할인 업소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탈세의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피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매출을 누락해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다. 국세청이 어제 적발한 탈루 사례에는 치료비 10% 할인을 미끼로 현금결제를 유도해 소득 10억 원을 신고하지 않은 성형외과 의사도 들어 있다. 노출 소득만 신고하고 현금수입분 15억 원을 탈루한 치과의사도 있다. 세무조사를 받은 전문직 의료업 현금수입업종 등 116명의 소득탈루율은 31%로 작년의 41%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3월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 지하경제 비율이 2030%로 연간 200조 원 정도가 과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과세하면 세금 40조 원을 더 걷을 수 있다. 지하경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만 관리해도 세수가 20조 원이 늘어난다. 지하경제를 줄이려면 현금 계산에 따른 할인을 먼저 요구하는 일부 소비자의 잘못된 자세도 바로잡혀야 한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