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25일 북한의 지령을 받고 마약을 거래하고 탈북자를 납치하려고 시도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한국 국적의 김모 씨(55)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1999년 히로뽕 밀반입 혐의로 수사를 받다 중국으로 달아났다. 불법체류 중이던 김 씨는 2000년 2월 히로뽕 판매를 미끼로 접근한 북한 보위사령부 소속 여성 공작원 김모 씨(49)의 꼬임에 넘어가 동거를 시작했고 그해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에서 중좌(한국군의 중령) 계급까지 받은 김 씨는 간첩 교육을 받은 뒤 보위부 소속 해외공작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 임무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신상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2000년 4월에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김모 씨(62)를 유인해 북한으로 보내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고, 북한 미사일 기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20대 탈북 여성 등을 납치해 북한 보위부 간부에게 넘기려다 중국 공안에 적발돼 실패했다. 또 보위부 보위부장 신모 씨의 지시를 받고 북한 외화벌이사무소로부터 히로뽕 2kg을 받아 중국의 마약거래상에게 샘플로 제공하는 등 히로뽕 50kg가량을 중국과 한국 등에서 밀거래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김 씨는 탈북자 납치와 마약 거래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2003년 4월 해외공작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후 중국에서 마약 거래를 계속하다 중국 공안에 쫓기는 신세가 됐고 지난달 8일 인천공항을 통해 밀입국하다 체포됐다. 김 씨의 동거녀인 여성 공작원도 2007년 11월 마약 1.5kg을 중국에서 북한으로 밀반입하려다 검거돼 징역 18년형을 선고받고 중국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약을 밀거래한다는 첩보가 처음으로 사실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북한의 반체제 인사를 색출하던 보위사가 2000년대 들어 한국인을 포섭하고 대남정보 수집과 같은 대남 공작활동도 함께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종식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