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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위원회 만들어 중요사건 기소여부 판단

시민위원회 만들어 중요사건 기소여부 판단

Posted June. 12, 201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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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국의 일선 검찰청에 시민 9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를 즉시 설치해 중요사건에 대한 기소 및 불기소 결정 심의권을 주기로 했다. 또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 등 중요사건에서 일반시민이 기소 여부 결정에 참여하는 미국식 대배심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 줄곧 유지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스스로 허물겠다는 것으로 현재의 사법체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검찰청은 11일 오전 전국 검사 화상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 등을 포함한 검찰 개혁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검찰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제 검찰은 옛 모습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중요사건 기소 여부 결정에 시민 참여

이날 내놓은 개혁안의 핵심인 시민위가 사회 각계의 추천을 받은 시민 9명으로 구성되면 검찰은 이 제도를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검사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금품수수 등 부정부패 사건 대형 금융경제범죄 사회적 관심이 크거나 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민위에 기소,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 전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시민위는 기소 또는 불기소가 적정한지에 의견을 낼 수 있으며, 검사는 시민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시민위의 평결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기소배심제도의 입법도 추진된다. 검찰은 배심제도가 정착되려면 재판단계에서도 유무죄 평결 권한을 배심단이 갖는 재판배심제도가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대륙법 체계를 골간으로 만들어진 한국 사법체계에 영미식 배심제도가 전면 도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시민위 설치가 기소독점권 완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검찰 내부에 설치된 위원회가 수사를 담당한 검사 설명만 듣고 내리는 기소 여부 결정이 중립적일 수 있겠느냐며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만 심의를 요청하도록 한 운영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소배심과 재판배심 도입을 연계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위헌 논란도 제기된다. 법원이 재판권을 갖는 미국과 달리 우리 헌법은 재판권을 법원이 아닌 법관에게 부여하고 있어 배심원단의 평결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금품향응 받으면 대가성 없어도 처벌

개혁방안에는 검찰의 자체 감찰에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감찰업무를 총괄하는 감찰위원회는 검찰 업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검찰위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을 외부인사로 위촉하기로 했다.

감찰조직도 기존의 대검 감찰부 대신 검찰총장 직속으로 감찰본부를 격상하고, 임기 2년이 보장되는 본부장은 외부인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감찰본부에는 기존 감찰인력의 2배가량을 배치하고 전국 5개 고검에 지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감찰방식도 진정, 제보에 따른 사후 조사감찰에서 검사수사관에 대한 암행감찰 등 평시 동향감찰로 전환한다.

검사가 저지른 범죄는 감찰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검찰총장이 지명하는 특임검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특임검사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밖에 범죄예방위원협의회와의 관계 단절 검사수사관은 청탁 없어도 금품이나 향응 받으면 엄단 폭탄주 돌리기 문화 지양 등이 개혁안에 포함됐다.



전성철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