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는 스위스와 함께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영세중립국이다. 1955년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 4개국 점령통치에서 벗어나 주권을 되찾으면서 중립외교를 선언했다. 남북한 동시수교국으로 한국과 1963년, 북한과 1974년에 외교관계를 맺었다. 남북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대체로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
한국과 북한이 1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다. 토마스 마이르-하팅 유엔주재 오스트리아 대사는 한국의 브리핑은 철저한 조사(investigation)로 설득력이 있었지만 북한의 브리핑은 주장(allegation)만 있고 객관적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라드 아르도 프랑스 대사는 북한 주장에 설득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외교적 이해 때문에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도 차마 북한을 편들지는 못했다.
사전적 의미로 조사는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봄이란 뜻이다. 반면 주장은 자기의 의견이나 주의를 굳게 내세움. 또는 그런 의견이나 주의를 말한다. 중립국인 오스트리아 대사의 평가는 천안함 비극에 대한 지구촌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궁지에 몰린 북한 정권이나, 어떤 경우에도 김정일 집단을 감싸는데 급급한 한국의 일부 종북() 세력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특정 파벌에 속하는 자는 논쟁할 때 문제의 올바른 해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만 애쓴다고 했다.
서로 생각은 다르더라도 객관적 사실은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건강한 사회다. 어두운 열정에 휩싸인 세력이 걸핏하면 무책임한 주장을 내놓고 이런 거짓선동이 상당수 국민에게 먹혀든다면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기대와 다른 현실을 깨닫기를 거부하는 인간을 바꾸려면 잘못된 기대를 산산조각 내는 단절의 충격을 통해 기대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인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객관적 조사보다 허위 주장에 매달리는 사회 일각의 위험한 인식체계를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지 고심할 때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