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재테크의 인기가 요즘 주춤해졌다. 일부 은행은 금 투자는 이제 끝물이라고 말한다. 국제 금값은 달러 가치 하락, 전쟁, 금융위기, 인플레이션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오르는데 세계 금융시장이 회복돼 가면서 금의 인기가 꺾였다. 금을 달러로 사야 하는 국내에서는 달러 환율과 금값이 모두 오르는 때엔 투자할 만하다. 요즘은 둘 다 보합 또는 하락국면이다. 23일 국내 금값은 1g에 4만6036원(서울 소매가격은 3.75g에 20만8967원)으로 한 달 전보다는 하락했지만 작년 말보다는 약 20% 올랐다.
국제 금값은 2003년 31.10g(1온스)당 340달러에서 오르기 시작해 작년 12월 12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주엔 1188달러에 마감됐다. 금을 특히 좋아하는 인도와 중국은 지난 수년간 사재기를 했고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도 금을 사들였다. 향후 금값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금융위기를 예견해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금값이 지나치게 높으므로 금 투자를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역시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미국 월가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국제 금값은 이달 초 8% 급락했다. 어떤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에 380t의 금을 맡기고 140억 달러(약 16조8000억 원)의 현금을 가져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영향이 컸다. 투자자들은 연간 세계 생산량의 20%에 이르는 금을 받아놓은 BIS가 갑작스럽게 금을 매도할까봐 긴장하고 있다. 재정위기 때문에 금을 맡겼다면 국제 금융시장과 금시장이 또 요동칠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외환보유액으로 금을 더 사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국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에 이를 수 있으므로 안전자산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6월 말 현재 한국은 14.4t의 금을 보유해 100개국 중 56위였다. 세계 15위인 경제규모에 비해 상당히 낮다. 중국(1054t6위) 일본(765t8위) 인도(557t11위) 대만(423t13위)은 금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투자 차원이 아니더라도 국제적인 금 확보 경쟁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도 같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