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는 28일 미국 국무부가 과거 3년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70개 해외공관과 주고받은 외교 전문() 25만2287건을 공개했다.
외교 전문은 통상 수십 년간 기밀로 분류돼 비공개가 관례지만 이처럼 무더기로 공개됨에 따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개 문서엔 한반도 관련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미 국무부는 2007년 11월 3일 주중 대사관에 보낸 기밀 외교전문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이란으로 갈 예정이었던 북한 미사일 부품에 대해 우려하며 중국 정부에 차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 명의의 이 전문에는 긴급 조치 요구라는 별도 지시사항에 이란 핵폭탄 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미사일 부품 이전을 막아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전문은 또 북한과 이란이 오랜 기간 에어도쿄와 이란에어 등의 항공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미사일 조향장치인 제트베인 등 최소 10종 이상의 부품을 거래해 왔으며 이란의 샤히드 바게리 인더스트리얼 그룹(SBIG)이 거래 당사자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24일 전문에서는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19기의 BM-25 기종 미사일을 도입했으며 이 미사일은 모스크바는 물론이고 서유럽 주요 국가의 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첨단 미사일이라고 미 정부는 파악했다.
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올해 2월 본국에 보낸 전문에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통일 한국에 대비해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적절한 유인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북한 정권이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치적인 불안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중국이 통일한국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비밀 지령을 통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최고위층 인사들이 공무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네트워크의 비밀번호와 암호화 키 등 통신 정보를 수집하라고 뉴욕과 제네바 로마의 유엔주재 자국 사무소와 런던과 파리 모스크바를 포함한 33개 지역 대사관 및 영사관에 지시했다. 조사 대상에는 반 총장뿐 아니라 측근 인사와 사무차장,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비롯한 기구 대표와 고문, 평화유지 활동 책임자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대표 등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가 요구한 정보는 신용카드 번호와 e메일 주소, 전화 및 팩스 번호, 무선호출기, 항공 마일리지 계좌번호, DNA와 지문, 홍채인식 정보도 포함됐다. 특히 반 총장의 조직운영과 의사결정 스타일 및 유엔 사무국에서의 영향력을 수집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최영해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