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이 영화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극지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냉각되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빙하기가 도래하는 종말론적 상황을 가상했다. 멕시코 국경은 재앙에서 탈출하려는 미국인들로 넘쳐났다. 미국 정부가 멕시코에 미국 이민자를 받아달라고 사정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성탄절 연휴에 서울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내려간 것을 비롯해 전국에 한파가 몰아쳤다. 서울의 이번 12월 혹한은 영하 16.2도를 기록한 1980년 12월 29일 이래 30년 만의 최저 기록이다. 지구촌 북반구의 올 겨울 날씨는 이미 11월 이후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영화 투머로우를 연상케 했다. 영국에는 17년 만의 최악인 25cm의 폭설이 내렸고 영하 18도라는 11월 최저기온 기록도 나왔다. 중국도 예년보다 10도 낮은 영하 45도의 한파와 폭설을 겪었다. 오늘 낮부터 추위가 풀린다지만 1월에도 두세 차례 강한 추위가 올 것이라는 예보다. 남한의 기상관측 이래 최저기온은 1981년 1월 5일 경기 양평의 영하 32.6도였다.
올 겨울 한파는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진동이 약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북극진동은 북반구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것인데, 이 현상이 온난화로 약해지면서 북극의 한기가 더운 공기에 밀려나 북반구 중위도까지 한파가 몰아닥친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한파를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장기간의 경향으로 볼 때 기후변화의 양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이상기후가 유난히 많았다. 1월 4일에는 1937년 적설량 관측 이후 중부지방에서는 가장 많은 25.8cm의 폭설이 내렸다. 봄에는 1973년 이후 최대 강수일수(34.7일)와 최단 일조시간(평년 대비 77%)을 보였고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가을에는 서울 도심을 마비시킨 9월 21일 폭우(259.9mm)도 있었다. 한반도의 지난 100년간 연평균 기온은 1.5도 상승했으며 2100년에는 현재보다 4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후변화의 재앙이 본격화하는 것인가.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