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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왕오천축국전 본 MB

Posted February. 07, 201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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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동양학자 폴 펠리오는 1908년 둔황 석굴 고문서에서 책명도 저자도 알 수 없는 필사본 두루마리를 발견했다. 신라 고승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펠리오 자신은 법현의 불국기 같은 문학적 가치도 없고 현장의 대당서역기 같은 정밀한 서술도 없다며 이 책의 가치를 폄하했다지만 많은 학자는 8세기 인도의 사정을 전한 이 책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설 연휴 첫날인 2일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한 유물을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불교 역사에 혜초 스님 같은 분이 계셨다는 것은 대단하고 위대한 일이라며 자랑스럽고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바쁜 대통령이 전시장을 직접 찾은 것은 부처님 오신 날에 축하 글 하나 보내는 것과는 다른 정성이 들어있다. 혜초에 대한 발언에서는 불교를 향한 친근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개신교인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어머니가 다녔던 삼각산 문수사를 자주 찾았다. 비구승 중심으로 불교를 재편한 정화운동도 그의 지원이 없었으면 생각하기 힘들다. 해인사에 걸린 해인대도량()이란 현판을 써 준 것도 그였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 봉헌 발언이 반발을 일으켰고 대통령 취임 후 소망교회 교인이 포함된 이른바 고소영 인사로 구설에 올랐다. 그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 교통정보시스템의 사찰 정보 누락, 여당의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도 불교계의 불만을 샀다. 이 대통령의 왕오천축국전 친견()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한국 불교의 유산은 종교이기 이전에 전통문화의 한 부분이다. 신라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유학하고 인도를 다녀온 혜초는 불교 승려이기 이전에 한국 최초의 세계인이라 불릴 만하다. 왕오천축국전에는 고향을 그리는 혜초의 시가 나온다. 내 나라는 하늘가 북쪽에 있고/이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네/일남(중국 남부)에는 기러기마저 없으니/누가 소식 전하러 계림(경주)으로 날아가리. 고향이 그토록 그리웠으나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죽은 혜초의 1300년 만의 귀향을 우리 대통령이 찾아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