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봄 학기부터 사용할 새로운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좌편향 기술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6종에 이르는 이 교과서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집필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입각해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를 기대했던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625 전쟁을 남침으로 바꾸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각한 것은 진전이라고 할만 하다. 그러나 새로운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에 여전히 남아 있는 좌편향적 기술()은 빠른 시일 안에 시정돼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계획인 새 한국사의 교과서는 앞부분에 고대사 고려사 조선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뒤 대부분을 근현대사에 할애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고교에서 가르쳤던 한국 근현대사 과목의 후속 편인 셈이다. 정부는 좌파 민족주의와 민중주의 관점에서 서술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편향된 역사관을 극복하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으나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새 교과서들은 역사적 근거가 의심스러운 자료들을 사실처럼 제시하고 있다. 일부 교과서들이 19세기 말 동학군의 폐정 개혁안 12개조라고 제시한 것은 허구가 가미된 역사소설 동학사에 나오는 것이다. 12개 조 가운데 토지는 평균하여 분작한다는 조항은 동학군의 어떤 포고문이나 호소문에도 나오지 않는다. 피카소의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을 실은 것도 문제가 있다. 이 그림은 625 전쟁 때 황해도 신천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피카소가 생각한대로 미군에 의한 학살인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에 대한 우호적 서술도 달리지지 않고 있다. 남북 분단은 남한이 단독 정부 수립을 언급하기 이전인 1946년 2월 사실상의 정부를 수립했던 북한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데도 일부 교과서는 북한의 정부 수립 사실을 아예 기술하지 않았다. 625 전쟁 중 발생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아군이 관련된 사건은 지역 명칭을 거론하며 명확히 기술한 반면 북한 인민군이 저지른 사건은 점령지 곳곳에서 발생했다고만 썼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 체제 실패로 인한 식량난과 집단 아사()를 제대로 기술()한 교과서는 없다.
역사맹()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사 교육은 강화돼야 하겠지만 이런 교과서로 가르치게 되면 오히려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정서만 커질 수 있다. 정부는 한국사 필수 지정을 서두르기에 앞서 제대로 된 한국사 교과서부터 만들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