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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화 만발 삼성 여성부장 시대

Posted April. 12, 20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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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여성 부장 시대의 씨앗 뿌렸다

삼성에 따르면 여성 부장 211명 중 35%인 74명은 삼성 공채 출신이다. 장차 몇 년 내에 부장이 될 후보군인 여성 차장도 현재 1300명에 이른다. 이 중 44%인 574명이 공채 출신이다.

여성 부장 211명은 삼성 전체 임직원 19만3000명의 약 0.1%에 불과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은 1992년 비서와 디자이너 등 일부 전문직의 극소수 인원에 한해 여성 전문직 공채를 실시한 후 다음 해인 1993년 대졸 여성 공채를 도입했다. 한 해 수백 명의 여성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1994년엔 학력과 성별 차별 철폐를 골자로 하는 열린 인사 개혁안도 내놓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요 계열사 임원들을 불러 모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일명 신()경영을 선언했다. 삼성의 여성 인력 키우기도 신경영 중 하나였다. 이 회장은 삼성 여성 전문직 공채, 대졸 여성 공채의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실행을 지시했다. 그 결과 삼성그룹의 여성 인력은 전체의 26%(201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입사한 여성 부장들이 향후 몇 년 내에 임원으로 승진하면 삼성의 여성 임원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 부장들, 삼성 조직문화를 바꾼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비롯한 34명의 여성 임원이 있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최고위 임원인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1984년 제일기획 입사)이 유일한 삼성 공채 출신이다. 삼성이 1993년 대졸 여성 공채를 실시하기 전까지는 각 계열사에 여성 채용이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여성 임원들은 다른 회사 경력을 인정받아 영입된 케이스다.

1993년부터 입사가 본격화한 지금의 삼성 여성 부장들은 대개 1990년대 학번이다. 이들은 치열한 학생운동을 했던 1980년대 학번에 비해 어학연수 등 해외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결혼과 함께 직장을 관두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한 전 세대와 달리 결혼과 일을 동시에 택한 슈퍼 맘이 많다. 삼성그룹이 1995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시작으로 현재 17개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삼성 직장 어린이집(주 5일 하루 12시간 보육 기준, 아이 나이별로 월 17만700035만 원)은 삼성 여성 인력들의 육아를 도운 측면이 크다.

삼성은 지난해 말 그룹 내 여성 부장, 차장 50명을 대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미래 삼성의 여성 임원 후보군을 키우려는 목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여성 후배들에게 강의했던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은 소통에 강한 여성의 강점을 사회 전체가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며 일이 잘 안 풀릴 때 항상심을 유지하는 감정 컨트롤, 나 하나가 아닌 조직 전체를 생각하는 희생의 정신을 여성 간부들이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조직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김준식 삼성전자 전무는 여성 부장이 늘어나면서 획일적인 기업문화가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탈바꿈하리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여성 인력의 육아휴직까지 세심하게 감안해 각 조직이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kimsunmi@donga.com